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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에 94㎏ 거구의 홀란, 13경기서 20골 '돌풍' 비결은

노란 머리카락의 거구가 상대 수비진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수비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와 짧고 얕게 날아오는 공을 향해 머리를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누구도 그 기민함에 반응하지 못했다. 다음엔 밀착 마크하는 수비를 순간적으로 속이고 굴러오는 공에 발을 갖다 대 골로 연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대는 이판사판. 수비수들이 몸으로 있는 힘껏 부딪쳤다. 그러나 그는 더 센 힘으로 모든 수비를 튕겨내며 아무런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공을 몰고 가 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엘링 홀란(22·노르웨이)의 올 시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난 8월 크리스털 팰리스전 세 골 장면이다.

홀란은 올 시즌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뒤 타고난 골잡이 본능을 맘껏 과시하며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연일 흔들고 있다. 3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포함해 올 시즌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13경기에서 20골을 뽑아냈다.

◇골잡이의 모든 걸 갖췄다

홀란은 2000년부터 3년간 맨시티 미드필더로 뛰었던 아버지 알프잉에 홀란과 노르웨이의 헵타슬론(여자 육상 7종 경기) 챔피언 출신인 어머니 그리 마리타 사이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노르웨이 프로팀인 몰데FK에 입단해 19세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한 시즌 40경기 동안 44골을 넣으면서 만개했고, 이후 3년 동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그리고 22세가 된 올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빅클럽의 구애를 받은 끝에 케빈 더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 등 '패스 마스터'가 즐비한 맨시티를 선택했다.

홀란은 공격수에게 필요한 모든 재능을 갖췄다. 195㎝라는 보통의 수비수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에, 94㎏이라는 근육질 몸을 갖췄다. 게다가 순간 가속 속도는 시속 36.04㎞에 육박한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가 유유히 마무리하는가 하면, 거친 몸싸움으로 수비를 뿌리치고 높이 솟아올라 헤딩 골을 뽑아낸다. 타고난 골 감각으로 문전에서 틈새를 찾아내 '툭' 차 넣기도 한다. 올 시즌 왼발로 14골, 오른발로 3골, 헤딩으로 3골을 뽑아냈다.

◇메시·호날두 긴장하라

홀란은 올 시즌 공식 13경기에서 20골(리그 9경기 15골)을 터뜨렸다. EPL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인 앤디 콜(1993-1994시즌)과 앨런 시어러(1994-1995시즌)의 34골은 부상이 없는 이상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다

홀란은 잉글랜드를 넘어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의 역대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넘본다. 메시는 2011-2012시즌 FC바르셀로나 소속으로 라 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 등 60경기에 나서 73골을 넣었다. 골도 골이지만, 한 시즌에 60경기를 뛸 만큼 강인한 체력도 과시했다. 메시는 이 시즌 세계 축구 최고 권위로 꼽히는 발롱도르를 본인 경력 3번째로 수상했다.

홀란은 메시와 함께 유럽 축구 15년을 양분하다시피 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거쳐야 한다. 호날두는 역대 유럽 한 시즌 최다 골 부문에서 2위 게르트 뮐러(1972-1973·67골), 3위 딕시 딘(1927-1928·63골) 다음인 4위에 있다. 2014-2015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54경기를 뛰며 61골을 넣었고, 본인의 3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홀란은 골 기록에 대해 "딱히 마음에 두고 있지는 않다"며 "그라운드에서 최선의 과정을 찾는다. 그게 좋은 결과를 낳아 기록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고 여유 있게 말했다. 홀란은 오는 12일 덴마크 FC코펜하겐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식전 11경기 연속 골에 도전한다.

[그래픽] 메시·호날두 쫓는 엘링 홀란 / 홀란의 피지컬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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