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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새 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총선이 1946년 이래 최저 투표율(63.9%)을 기록하며 9월 25일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예전과 다른 몇 가지 차이점을 보여줬다. 2020년 헌법 개정으로 의석수가 상원은 315석에서 200석으로, 하원은 630석에서 400석으로 각각 줄었다. 상원의원을 뽑는 선거 연령도 기존의 25세에서 18세로 낮춰졌다. 또한 군주제 시절이었던 1919년 11월 총선 이후 처음으로 가을에 치른 총선이다.

이번 총선은 2018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전체 의석수의 61%는 비례제로, 37%는 소선거구제로, 나머지 2%는 재외국민투표 비례제로 선출됐다. 원내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득표율은 단일 정당의 경우 3%, 정당 간 연합의 경우 10%로 설정됐다. 일반적인 예측대로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형제들'(이탈리아 국가 가사에서 당명을 따왔다), 마테오 살비니가 지휘하는 '동맹(the 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전진 이탈리아(Forza Italia)' 및 여러 소수 정당이 결성한 우파 연대가 상원 200석 중 115석, 하원 400석 중 237석을 확보하면서 완승을 거뒀다.

우파 연대 중 최대 승자는 멜로니의 이탈리아 형제들로 4년 전 득표보다 4배 이상 많은 26%를 득표했다. 이어 동맹(8.9%)과 전진 이탈리아(8.3%)가 뒤를 이었다. 엔리코 레타 전 총리가 이끌고 있는 중도 좌파 연대의 주축 민주당의 득표율은 20% 아래로 뚝 떨어졌고, 4년 전 총선에서 32%나 득표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중도 좌파 연대와 갈라선 오성운동의 득표율 역시 15.43%로 급락했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 등이 주축이 된 '제3극'은 예상보다 높은 7.8%를 득표했다. 새 내각의 수장은 10월 중순을 지나서야 임명되겠지만 조르자 멜로니가 이탈리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될 것이다.

우파 연대가 추진할 주요 정책으로는 단일 세제 도입,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민 정책 강화, 저소득 및 연금생활자 지원 방안 등이 있다. 연정 내 각 정당들이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해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가령 단일 세제의 경우 동맹은 15%를 제안했지만, 전진 이탈리아는 국고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23%를 제안했다.

차기 정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까닭 중 하나는 유럽과 범대서양 국가 간 협력에 비우호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멜로니는 선거 며칠 전 밀라노 유세에서 "우리 당이 이기면 브뤼셀의 파티는 끝난다. 이탈리아는 강력하게 국익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태도는 현행 헌법에서 11조 등 일부 조항을 바꾸려는 이탈리아 형제들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헌법 11조는 EU법이 이탈리아 국내법에 우선함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조항이다. 전진 이탈리아 측 관계자는 선거 후 인터뷰에서 "헌법 11조를 바꾸고 정부 형태를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는 걸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제는 또 다른 민감한 사안이다. 우파 연대에 대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정부를 원활히 운영할 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 의회가 시작되는 10월 13일부터 올 연말까지 중요한 경제 관련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EU의 코로나 회복 자금 지원 제도인 국가회복프로그램(NRRP) 집행 과정을 개선하는 것이다. NRRP 자금의 절반은 보조금으로 집행된다. 멜로니는 "전 행정부가 신속하게 했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차기 정부가 어려운 상황을 떠안게 됐다"고 비난했는데, 이는 차기 정부가 받을 비판을 미리 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직전 행정부를 이끌던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새 정부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개혁 조치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일 "이탈리아가 NRRP 등 분야에서 개혁을 하지 못해 중기 성장률이 심각하게 약화할 경우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 현안은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다.

EU 집행위원회에 보내야 할 내년 예산안도 중대 현안이다. 중요 포인트는 인플레와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 문제 해결과 사회 취약층 지원을 위한 예산 책정 방법이다. 신규 채무를 질 것인지, 혹은 정부의 다른 서비스 부문을 삭감할 것인지가 관심사다.(이탈리아의 국가채무 비율은 160%로 서방 세계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연정 구성 정당들마다 다르다.

차기 정권에서 주목받는 인사는 멜로니 말고도 더 있다. 예상보다 득표율이 저조한 동맹의 살비니도 자신에게 불만을 가진 당내 인사들의 반발 속에 새 정부 내에서 역량을 보여야 한다. 살비니는 최근 몇 년간 러시아 푸틴 정권에 대한 우호적 태도로 비난을 받으면서 곤경에 빠져있다. 전진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는 각종 스캔들과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연정 내에서 중도적 목소리를 내고 중도 좌파 정당들과의 연락책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차기 이탈리아 대통령이다.

이탈리아의 연정 구성은 많은 협상들이 오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2018년 총선 뒤 첫 내각 구성에만 석 달의 협상 기간이 걸렸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연대는 국정 운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향후 며칠 내 정부가 구성되고 총리 후보 지명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의문점은 연정을 구성하는 정당들이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냐, 사사건건 옥신각신하며 차질을 빚느냐 하는 것인데, 결국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그래픽] 이탈리아 차기 정부를 이끌어갈 주요 인사들 기고자 : 프란체스코 알베르티 이탈리아 저널리스트·前 마이니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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