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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도르, 저거 믿어요? 최면술 말이에요." "나는 암시의 힘을 믿어요." "암시라는 게 뭐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무슨 색깔이죠?" "흰색요." "이 종이는 무슨 색깔이죠?" "흰색요." "그럼 젖소는 뭘 마시죠?" "우유요…." 이지도르는 빙그레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아이 참! 우유가 아니라 물이지. 좋아요. 내가 보기 좋게 당했군요." 뤼크레스는 선선히 인정한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뇌' 중에서

전국 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이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에 나오는 증기기관차를 떠올리게 하는 데다 보리스 존슨과 도널드 트럼프의 관계를 풍자한 스티브 브라이트의 2019년 만평을 표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다만 원작자는 표절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한다.

많은 언론사가 해당 그림에 대해 보도했다. 그런데 정치적 공방이나 표절 여부보다 당황스러웠던 이유는 따로 있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조종석엔 ○○○'이라는 똑같은 제목을 붙였다. '조정석'이라고 썼다가 독자의 지적을 받고 수정한 경우도 있고 '조종수'라고 쓴 곳도 있다.

조종이란 항공기, 즉 비행기를 운항하는 일을 말한다. 비행기 기장, 부기장이 조종사이고 그들이 앉는 자리가 조종석이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사람은 운전사, 기차나 전철, 배를 모는 사람은 기관사다. 그러니 '기관석'이라고 써야 한다. 탈것의 차이를 모르고, 구별해야 한다는 의식도 없이 '남편을 조종하는 사람이 앉은 자리니까 조종석'이라고 쓴 것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흰 눈과 하얀 종이를 연상한 탓에 젖소가 우유를 마신다고 말해버린 소설 속 여기자처럼.

누구든 맞춤법을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언론사의 기사와 뉴스다. 언제부턴가 그들의 오타와 잘못된 표현이 자주 눈에 띈다. 신문 구독률이나 뉴스 시청률이 아무리 떨어졌다 해도 그들의 말과 글은 수많은 사람의 뇌리에 박힌다. 언론이 '우유 마시는 젖소'를 키우고 있는 줄 모른다면, 사흘을 4일로,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오해하는 세태를 걱정할 자격이 있을까. 기고자 : 김규나 소설가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07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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