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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우회전 단속 첫날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천교 교차로. 횡단보도가 초록불로 바뀌어, 인도에서 기다리던 보행자 4~5명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절반 정도 건넌 순간 택시 한 대가 우회전해 길을 빠져나갔다. 서대문경찰서 김창환 경위가 이 운전자를 불러 세우고 "보행자가 여전히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우회전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며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고 고지했다. 이 택시를 운전하던 기사 김승길(67)씨는 "오늘부터 단속이 시작되는 줄 몰랐다"며 "단속 기준이 애매한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이 이날 교차로 우회전 때 운전자 안전 수칙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개정안은 지난 7월 12일 시행됐는데 지난 3개월간은 계도 기간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컸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날 단속을 당한 택시 기사 김씨의 사례처럼 교차로에서 우회전한 차량이 횡단보도를 지날 때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완전히 건너가지 않았거나 횡단보도 주변 인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모든 운전자는 일단 차를 완전히 세워야 한다.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가 빨간불이라 할지라도 길을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는 사람이 있으면 운전자는 일단 차를 정차하는 게 원칙이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벌점 10점과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화물차는 7만원)이 부과된다. 원래는 길을 건너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만 법 위반으로 봤는데, 건너려는 사람이 있는 경우까지 차를 정차하는 것으로 법이 개정됐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운전 경력 5년 직장인 김모(31)씨는"차가 바로 빠지지 않으면 뒤에 붙은 차가 경적을 울려대는 게 현실인데 어떻게 모든 차가 다 멈췄다 가느냐"고 했다. 또 다른 운전자 엄모(34)씨는 "이럴 바엔 차라리 우회전 신호등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우회전 때 어떤 게 불법인지 잘 모르겠다는 운전자도 많았다.

경찰은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지키려면 운전자들은 교차로 우회전 때 시야에 사람이 들어오면 일단 차를 한 번 완전히 멈춘 뒤 지나가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누가 봐도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게 명백한 상황에 대해서 단속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도로교통법을 개정한 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후 3개월간 우회전 교통사고는 338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4478건) 대비 24%쯤 줄었다. 같은 기간 우회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도 40명에서 22명으로 45% 줄었다. 기고자 : 박지민 기자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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