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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글리치' 주연 전여빈, 애인 납치한 외계인 뒤쫓는 청년

드라마 '빈센조'(2021)의 당차고 세련된 변호사도, 영화 '죄 많은 소녀'(2018)에서 불신과 몰이해에 절망하던 여고생도 모두 이 배우였다. 수많은 반짝 스타가 뜨고 지는 영화계에서, 그는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드물게 넓은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하며 성장했다.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에서 전여빈(33)은 남자 친구를 납치해간 외계인의 정체를 추적한다. "제가 좀 평범하게 생겼잖아요. 좋게 말하면 빈 도화지 같은 얼굴. 그냥 버스 전철 타고 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보신다니까요, 하하."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그가 웃었다.

전여빈의 얼굴처럼 드라마 '글리치'도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학생 때 UFO를 목격한 뒤 외계인을 보게 된 '지효'(전여빈). 애써 부정하며 살았는데, 내 눈에만 뵈던 외계인이 일상에 개입하며 글리치(glitch·시스템의 일시적 오류)를 일으킨다. 청년 임대주택에 당첨돼 이제 함께 살 수 있다며 좋아했던 남자 친구가 실종된 것도 분명 외계인 짓. 지효는 어릴 적 UFO광 친구 '보라'(나나)와 함께 남자 친구를 찾고 외계인의 정체를 밝힐 모험에 나선다. 호러와 코미디, SF와 미스터리가 뒤섞인 둘의 여정은 사이비 종교 집단을 뒤쫓는 스릴러로 뻗어 나간다.

"누구나 마음속엔 자기만의 '외계인'이 있지 않을까요. 해결할 수 없는 관계, 풀리지 않는 문제 같은." 전여빈은 "그런 생각이 들어 대본을 4화까지만 본 상태로 출연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외계인의 정체도 내 역할의 운명도 모든 게 물음표였죠. 그럼에도 모든 걸 내던지고 끝이 안 보이는 모험에 뛰어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 드라마, 공개 직후부터 넷플릭스 국내 순위 1~2위를 다툰다. 일단 모험의 시작은 성공적이다.

드라마 속 지효와 보라는 주변에 흔히 만나는 밀레니얼 세대 청춘을 닮았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하는 질문이 맴돌지만, 애써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무신경하다. 일종의 달관, 부정적으로는 포기에 가까운 태도. "UFO를 봤다고 모두가 미친 애 취급할 때 유일하게 믿어준 친구 보라를 잃은 뒤, 지효는 줄곧 자신을 지우고 억누르며 살았던 거죠. 그 억눌린 말과 에너지가 상상 못 한 순간에 방출돼요. 세상에 맞추며 살았지만, 한순간 모든 걸 내던지고 폭발시킬 용기가 있어요."

실제 지효와 보라를 만난다면 전여빈은 "괜찮아, 다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조금 이상해도, 더 많이 이상해도 괜찮다고 말해줄래요. 사람들이 가치 없다고 말해도, 지금 너의 그 걸음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믿음을 가지라고요."

전여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사회자를 맡았다. 배우 류준열, 한예리와 함께 영화제를 방문한 홍콩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 부부와 저녁 식사 기회도 가졌다. "'양 선배님' 얘길 들으며 결국 열쇠는 이 일에 대한 사랑, 세상에 좋은 걸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느꼈어요. 저도 저만의 것을 더 정성 들여 빚어내 세상에 선물로 내놓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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