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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30년 12월 5일 자에는 신춘문예 광고와 함께 한글 노래 현상 모집 광고가 실렸다. "문화 사업의 근본책인 문맹 퇴치와 한글 운동"을 위해 기획된 '문자보급가'와 '한글기념가'의 현상 모집이었다. 이 중 '문자보급가'의 경우, 오늘날의 한글 교실에 해당하는 '문자보급반' 생도들에게 합창시킬 것이니 3절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현상 모집의 결과는 '조선일보' 1931년 1월 2일 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1등 없이 이은희의 '문자보급가'가 2등으로 당선되었다. 총 3절로 이루어진 이 노래는 문맹 퇴치 운동의 구호로 유명한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를 후렴으로 사용했다. "맑은 시냇가에는 고기 잡는 소년들, 일할 때 일하고 배울 때 배우세"로 구성된 1절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노래는 소년, 소녀, 아버지, 어머니 모두 일할 때 일하고 배울 때 배우자고 강조한다. 심사 위원으로 참여한 염상섭은 "조선 사람의 한글이 환갑에 첫아들"이라는 표현으로 문자보급가를 선정하게 된 기쁨을 밝혔다.

그 밖에도 다양한 '문자보급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지면에 소개되었다. 선외가작(選外佳作)으로 선정된 박봉준의 '문자보급가'는 음악가 김형준에게 의뢰해 '아리랑' 선율을 차용한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당시 활발하게 전개된 문자보급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문자보급가가 출현했다. 한글 교육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 결과, 1931년 7월에 한글 교재에 해당하는 '한글 원본'을 10만부 더 인쇄했고 문자보급반을 하루 3회로 연장 운영하게 되었다.

1937년에는 빅타 음반 회사에서 이은희의 '문자보급가'를 동요 가수 진정희의 목소리로 녹음해서 발매했다. 광복 이후, 나운영의 '어린이 노래책'(1947년)이나 김학성의 '노래모음'(1950년) 등에도 이 노래가 수록되어 해방 공간의 노래책에서 한글 교육을 강조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월 9일은 576번째 한글날이었다. 1930년대 당시 70%가 넘었던 문맹률은 2022년 현재 1%에 불과하다. 문맹률은 현저하게 낮아졌으나 '심심한 사과' 논란에서 보듯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은 떨어지고 있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야 여럿이겠으나 영상에 익숙한 세대가 상대적으로 독서를 소홀히 하게 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세대 간의 단절 등 여러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그 옛날 문맹퇴치 운동처럼 문해력 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해력 저하에 '심심한 우려'를 표한다.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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