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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위원장 제명 놓고 조정 결렬… 배심원 6대6으로 쪼개져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당에서 제명된 정의당 지역위원장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낸 사건이 조정에 회부됐지만 결렬됐다. 미혼 여성 12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에서 6대6으로 의견이 갈리며 성추행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달 28일 전 정의당 시도당 지역위원회 위원장 A(32)씨가 정의당을 상대로 낸 소송 2심에서 배심조정위원회를 열었다. 이 제도는 민사 사건에서 시민을 조정위원으로 선정, 표결을 통해 조정안을 만든 뒤 소송 당사자에게 권고하는 제도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재판부는 미혼 여성이 성범죄 피해자인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미혼 여성 재판연구원(로클럭) 6명과 20~30대 미혼 여기자 6명 등 총 12명을 조정위원으로 선정했다.

A씨는 정의당 지역위원장이던 지난 2019년 8월 시민단체 소속 여성 B(41)씨 등과 회의 겸 술자리를 가졌다. 이 모임은 새벽 2시쯤 끝났는데 두 사람은 남아서 오전 5시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A씨는 당시 이사 갈 집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B씨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옆집이 비어 있고 열쇠도 갖고 있다면서 집 구조를 확인하고 가라고 했다. 함께 집을 본 뒤 B씨는 A씨 집에 들렀고 약 2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신체 접촉을 했다고 한다. 이후 B씨는 "원하지 않은 신체 접촉이었다"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A씨는 "상호 동의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거부했다. B씨는 정의당에 A씨를 제소했고 2020년 5월 제명 처분이 나오자 A씨가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패소 판결을 했다.

배심 조정 절차에서 조정위원들의 의견은 정확히 반(성추행 인정 6명, 불인정 6명)으로 갈렸다. 성추행이 맞는다고 본 6명은 B씨가 성범죄 피해에 대한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B씨가 A씨의 신체 접촉 요구에 응한 것은 A씨를 달래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판단했다. 성추행이 아니라고 본 6명은 사건 직후 B씨가 A씨에게 즉각적으로 사과 요구를 하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또 두 사람이 같은 정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위계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심원 의견이 절반으로 나뉘면서 재판부는 A씨가 정의당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정의당에는 제명 대신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을 하는 강제 조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양측이 모두 이의를 제기하면서 조정이 결렬됐다.

조정이 결렬되면 재판부가 선고를 내릴 수도 있고 다시 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배심 조정 과정에서 심리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재판부가 추가 조정이 아니라 바로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고자 :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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