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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내셨죠. 오천원이에요. 첫술 뜨는 순간 한 종업원이 다짜고짜 다그쳤다. 다른 이가 선불(先拂)이라며 받아간 카드 영수증 보여주려니 구차스럽고. 확인해 보시죠. 비어져 나오는 씁쓸함을 칼국수로 밀어넣는데, 살벌한 팻말이 속을 훑는다. CCTV 5대가 녹화 중… 절도는 범죄입니다. 아무리 시장이기로, 이래도 되나. 뇌까리는 속으로 어느 기사가 떠올랐다.

'손님들은 입장료 10만~30만원을 내고 집단 성행위에 참여하거나 이를 관전했다.' 음란 업소 얘기는 자리에 안 어울리니 제쳐 놓자. '관전(觀戰)'은 말 그대로 싸움이나 경기를 지켜보는 일. 난잡한 짓거리 보는 데 이 말을 붙이다니. '엿보다'나 '구경하다' 해야 옳건만, 이래도 되나.

지난 6월 위성 발사 로켓 누리호를 쏠 때 신문 도표 제목이 이랬다. '두 번째 도전, 다섯 가지 관전 포인트.' 로켓 발사하는 일이 무슨 운동도 아니고, 관전하고는 거리가 멀다. 내용인즉 최종 성공까지 가는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 아니던가. '관심' 하면 알맞을 자리.

'택시 품귀 현상이 하도 심각하니 서울 등 지자체에서 요금을 올리자는 얘기도 나온다.' 앞부분만 보면 영업할 택시 장만하기가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품귀(品貴)'는 물건이 귀하다는 뜻이니까. 정작 쓰고자 한 바는 택시가 잘 안 잡히는 사정. 그럼 택시 '승차난(難)'이지, 품귀가 웬 말인가.

'필요하면 (인간)관계도 손절할 수 있다는 콘텐츠가 인기 있다.' '손절'은 '손절매(損切賣)'를 줄인 말. 손해 감수하고 주식 파는 일을 가리킨다. 인간관계 끊기를 비유했다기에는 너무 나갔다. '절연(絶緣)'이란 말이 번듯이 있잖은가. 정 어려우면 그냥 '끊다'라는 동사 쓰면 되는데, 이래도 되나.

시장 모퉁이 병원 갈 일 있어 또 그 집을 지났다. 마침 끼니때라 손님이 잔뜩 줄 섰다. 괜히 절도 범죄 운운하랴만, 실수한 종업원은 끝내 미안한 기색도 없던데. 말이든 글이든 좀 가려서 씁시다 제발.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9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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