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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자산으로 꼽히던 영국 국채 금리가 연 5% 수준까지 치솟고, 스위스 2위 은행의 부도설이 퍼지는 등 세계경제가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과격한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글로벌 증시 폭락,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세계경제가 격변의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0년 중 가장 빠른 속도의 미국 금리 인상이 촉발한 강(强)달러 현상은 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을 40조달러 날려버리는 메가톤급 충격파를 일으켰다. 한국 증시에서도 630조원이 사라졌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은 세계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3.2%)보다 0.5%포인트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유로존은 0%대로 추락하고, 미국 경제도 1%대로 급락할 것으로 보았다. 세계의 성장 엔진인 중국 경제도 코로나 봉쇄 정책, 부동산 냉각, 미국과의 무역 갈등 탓에 성장률이 4%대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금융 불안과 실물경제 추락이 겹치면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헤지펀드의 핵심 인사는 "거품이 무너지고 퍼펙트 스톰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가 확산되면서 신용의 대명사이던 스위스의 투자 은행마저 안전을 의심받는 살얼음판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보유 자산만 7300억달러에 이르는 크레디 스위스 은행은 50억달러 수준의 투자 손실 탓에 주가가 반 토막 났고, 부도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가 4배로 뛰는 등 부도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미국 투자은행 한 곳의 파산에서 촉발됐듯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의 본산인 영국에선 국채 가격이 폭락해 연기금들이 중앙은행에 채권을 무제한 사들여 달라고 읍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 세계로 '불황을 수출'하는 미국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내에 기준금리를 연 4.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글로벌 실물경제 침체는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다.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에 불이 댕겨진다면 큰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 영국과 크레디 스위스 은행의 예에서 보듯 국제 투기 세력은 취약점을 보이는 나라부터 공격한다. 한국은 이미 '약한 고리'로 분류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심한 원화 가치 하락, 코스피 폭락 양상이 그런 정황을 보여준다. 방심하면 희생양이 된다. 정부, 정치권, 기업과 가계 모두 분열과 이기심을 거두고 단합해 대응해야 한다.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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