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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땐 좌시 않겠다＂ 남북 군당국 신경전

9·19 남북 군사 합의를 깨는 북한의 심야 연쇄 도발을 놓고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와 북한군 총참모부가 14일 성명전을 벌였다. 합참과 총참모부 간의 '말 충돌'은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전방 군부대 전개' 성명을 발표한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4일 새벽 2시 17분 "전선적정(적에 관해 전선에서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13일 (북한군) 제5군단 전방 지역에서 남조선군이 10여 시간에 걸쳐 포 사격을 감행했다"며 "강력한 대응 군사 행동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주한 미군이 남북 합의를 지키며 예고된 훈련을 했는데도 트집을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오전 10시 경고 성명으로 맞대응했다. 전투복 차림의 강호필 합참 작전부장이 강경한 어조로 "북한의 (남북) 완충 구역 내에서의 포병 사격과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는 9·19 합의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도발 행위"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군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지속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우리 군은 오전 9시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북한에 항의 전통문도 보냈다.

과거 합참과 총참모부가 성명전을 벌일 때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곤 했다. 2015년 북한 목함 지뢰 도발로 우리 장병이 큰 부상을 입었을 당시 합참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고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부 재개했다. 총참모부는 "군사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했지만 물밑에선 우리 측에 협상을 제안해왔다.

한미 연합 훈련 때도 총참모부는 성명에서 거친 말을 쏟아냈다. 2017년 3월 한미가 연례 기동 훈련인 독수리 연습을 시작하자 총참모부는 "초강경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합참은 "북한이 도발을 자행한다면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해 4월에도 북한군은 주한 미군 기지와 청와대를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했고 합참은 "도발을 자행하면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해 8월엔 한·미에 '선제 타격'을 하겠다며 "서울을 포함한 (한국군) 1·3군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한 달 뒤에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합참 주변에선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상황을 떠올리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2010년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평소대로 '북한의 핵 공격 징후가 포착될 경우 선제 타격을 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총참모부는 그해 1월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선전 포고로 간주한다"며 군사 행동을 예고했다. 이어 서해에서 해안포 사격을 반복하더니 3월 26일 천안함을 폭침시켰다. 그해 8월 우리 군이 서해 5도 인근에서 해상 사격 훈련을 하자 "대응 타격"을 공언했고 석 달 뒤 연평도에 포격을 감행했다. 현재 김정은 체제는 코로나 봉쇄 등으로 경제난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김정은이 연평도 같은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군은 오는 17일부터 연례 야외 기동 훈련인 '호국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고자 :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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