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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임원·아태협 회장 압수수색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쌍방울이 수십억원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쌍방울 전(前) 임원과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안모씨 등의 자택을 14일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자금 반출이 쌍방울의 대북 사업 시기와 겹치는 점 등에 주목하며 이 돈이 북한 측에 건너갔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쌍방울이 2019년 임직원 수십명에게 1인당 수천만~수억원에 해당하는 달러나 위안화를 주면서 중국으로 수십 차례 가지고 나가게 한 정황을 최근 검찰이 확인했다고 한다. 쌍방울은 이런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중국으로 내보냈고, 이 과정에서 외국환거래법 등을 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반출 무렵, 쌍방울은 북한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5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를 만났고,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북한 광물 채굴 사업권을 약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상장 폐지 위기를 맞았던 나노스는 이를 계기로 주가가 급등했다.

쌍방울은 또 아태협이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와 공동 개최한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의 비용 중 수억원을 아태협에 후원하는 방식으로 부담했다고 한다. 이 행사에는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 관료들이 참석했다. 당시 아태협은 "남과 북은 이미 손을 잡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자원과 국토 개발, 물류와 유통 사업 등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후 아태협은 APP라는 가상 화폐 10억개를 발행하면서 '북한 화폐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아태협 회장 안모씨 등 50여 명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 광물 채굴 사업권 획득, 북한 고위직의 아태협 행사 참석 등에 대한 대가로 북한 측에 돈을 건네려고 중국으로 자금을 반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이 중국으로 반출한 돈이 북한 미술품 구매 대금으로 사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아태협은 2018년 11월 경기도와 공동 개최한 대북 교류 행사에서 북한 그림 40여 점을 전시했는데 유엔 대북 제재 대상인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작품도 포함돼 있었다. 아태협은 그림 3점만 통일부 반입 승인을 받았고 나머지는 승인을 받지 않았다. 아태협 측은 "북한 그림은 기증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아태협은 미술품을 기부받은 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지난 11일 아태협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기고자 :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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