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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억원 투입했지만… 취약계층에 급여 차질 '예고된 재앙'

정부가 2년간 122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하 복지시스템)'이 대규모 먹통 사태를 일으키며 사용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는 예고된 인재이며 재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복지시스템 사업은 저소득층·장애인·노인·아동·의료 등 사회보장 급여수급자 2200만명이 이용하는 정부 복지 서비스 5개를 3개로 통합해 간소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전국 복지 공무원들이 이 시스템을 통해 각종 수당(생계급여·장애인연금·기초연금·아동수당)을 접수하고 심사를 거친 뒤 지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달 6일 오픈 이후 한 달간 접속이 되지 않는 등 10만건에 달하는 오류가 발생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취약계층 급여 지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주사업자인 LG CNS는 인력을 추가 투입해 시스템 복구에 나섰지만, 이달 내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하다. 김영섭 LG CNS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전) 테스트가 상당히 미흡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①무리한 일정에 졸속 테스트

복지 시스템 오픈 4개월 전인 지난 5월 복지부와 사업단 간 회의록에도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본지가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개발 진척도가 지연되고 있으며 데이터 전환의 품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9월 오픈 목표는 변경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 참가 업체는 "통합 테스트 준비가 미비해 전반적인 관리가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사업단은 11월로 오픈 연기를 제안했으나, 시스템을 총괄하는 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9월 오픈을 강행하기로 했다. 결국 사업단은 오픈 전 마지막 테스트(6월 13일~9월 2일)에서도 전체 시스템 기능(1만6472개) 중 9.6%인 1575개 기능은 테스트하지도 못하고, 오픈 전날인 지난달 5일 복지부에 결과를 보고했다. 테스트에서 발견된 결함 1247개 중 147개는 수정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테스트 과정에서 모든 오류가 잡히리라 보지는 않았지만, 오픈 후 이렇게 대규모 오류가 날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컨소시엄의 책임도 있지만, 이런 문제점을 알고도 서비스를 강행한 복지부의 책임도 크다"고 했다.

②컨소시엄 사업 방식의 문제점 노출

복지 시스템 사업은 2020년 4월 LG CNS가 IT 중소기업인 한국정보기술, VTW와 컨소시엄(사업단)을 구성해 따냈다. 정부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자 선정 때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참여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LG CNS가 주사업자(지분 50%)를 맡고, 두 중소기업이 각각 지분 30%, 20%만큼 역할을 나눠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LG CNS는 프로젝트 총괄과 통합 관리, 기존 복지 데이터를 정비하고 이관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정보기술은 수당 심사·지급 시스템을, VTW는 범정부 시스템 설계와 구축을 주로 담당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개발 작업이 지연되고 프로젝트 기간이 늘어난 탓에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 간의 협력도 엇박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 사업 구조상 모든 컨소시엄 업체가 동등한 지위로 참여하지만 개발 역량은 큰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③팬데믹 이후 개발자 대거 이탈

IT 업계에서는 개발자 인력난도 이번 사태에 한몫했다고 지적한다. 사업이 개시된 2020년 4월은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된 때이다. 개발자 연봉이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중소기업 개발자들이 IT 대기업·스타트업으로 대거 이직을 시작한 시기다. 이 때문에 사업에 참여한 한국정보기술과 VTW도 심각한 인력난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회의록을 보면, "개발 인력이 충원되지 않았다. 인력 충원 및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인원으로 개발 가능할지 의문이고, 현재 개발자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심지어 오픈 후 오류를 복구하는 중에도 사업단에서 61명의 개발자가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

복지 서비스 신청·심사·지급 과정을 관리하는 정부 시스템을 개편하는 사업. 생계급여·장애인연금·기초연금·아동수당 등이 이 시스템을 통해 지급된다.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주해 LG CNS 컨소시엄이 사업을 맡았으나, 지난달 6일 개통 이후 접속 오류가 잇따르면서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래픽] 복지 시스템 먹통 사태 왜 벌어졌나 기고자 :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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