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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동매들린 번팅 지음ㅣ김승진 옮김ㅣ 반비ㅣ468쪽ㅣ2만2000원

"아버지를 깨우는 데는 한 두 시간이 걸립니다. 밤엔 화장실 가시는 것을 도와드리기 위해 네 번이나 잠에서 깬 적도 있죠. 아버지가 고집을 부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게 쉽지 않지만, 함께 피부를 맞대며 웃을 일도 많아요. 세상사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에 온다는 게 신기합니다."

한 '영 케어러(Young Carer·병든 부모를 부양하는 10대 후반~20대 중반의 청년)'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한다. 돌봄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하는 무의미한 행위가 아니라, 연대와 상호 의존을 통해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유지의 예술' 이라는 것.

인간의 삶은 의존에서 시작해 의존으로 끝난다. 하지만 노동으로서 돌봄은 그 가치가 계속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영국의 돌봄 분야 인력 147만 명 중 22만 명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돌봄 문제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져도 돌봄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자금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영국 가디언지 기자인 저자는 5년 동안 '돌봄 노동 현장'에서 간호사, 발달장애인 부모, 간병인 등을 만나며 돌봄 행위의 의미를 모아 책에 담아냈다. 돌봄은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거리 두기를 요구하는 전문 기술. 재원 투자를 확대해 공적 영역의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올해 기준 한국의 고령인구(65세 이상)는 9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돌봄 공백 문제는 앞으론 상시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돌봄을 "사람을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 행위"로 설명한다. 돌봄 문제의 해결은 우리가 돌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서부터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