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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에서 신촌 방향으로 쭉 직진하고 '와우교'라는 육교를 지나 바로 오른쪽에 있는 작은 빌딩 1층에서 아내와 함께 커피점을 운영한 지 12년 됐다. 150m 정도 더 가면 교통량이 많은 큰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돌면 지하철 신촌역이 있고 그 사이에는 야채 가게와 긴급처분 매장들(항상 오늘이 마지막 영업 날이다)이 잇따라 나타난다. 트렌디한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가득한 홍대와는 전혀 다른 동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12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는 와우교에서 삼거리까지 가는 길 모습은 '홍대 땅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 당시 그 150m 길은 가구거리로 알려져 카페는 하나도 없었다. 현재 가구 공방은 줄었고 카페는 여럿 생겼지만 거리는 여전히 조용한 편이다.

음악이 있는 '홍대'라는 거리가 마음에 들어서, 이곳에 내가 있어도 될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2000년대 후반, 홍대에는 인디밴드가 출연하는 좋은 공연장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음악가와 시인 등 개성적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아늑하고 때로는 이상한 가게들이 많았다. 그때 유학생으로서 한국 생활을 시작한 나는 홍대 라이브 클럽과 카페와 바를 돌아다니며 아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나도 이 활기 넘치고 자유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홍대 드림(dream)'을 갖게 되었다.

괜찮은 자리를 찾는 데 1년 걸렸다. 개인적으로는 뒷골목에 있고 숨어 있는 가게를 선호했지만 현실적인 아내는 너무 숨어 있으면 손님이 하나도 안 온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역시 홍대 지역은 월세가 비싸서 당시 주택가였던 연남동까지 범위를 넓혀 봤지만 지리적으로 홍대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연남동에 있던 조용한 재래시장(동진시장)에 매물이 있어서 망설인 적이 있다. 지금 그 시장 주변은 완전 핫 플레이스가 됐다.

그러던 중 와우교 옆에서 "바로 여기다" 하는 매물을 발견했다. 금액은 예상보다 조금 넘었지만 위치는 딱 희망대로였다. 나는 같은 홍대인데도 산울림소극장(와우교에서 홍대 방향을 보면 바로 있다) 주변을 특히 좋아했다. 소위 홍대 중심보다 차분하고 내가 좋아하는 가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바다비, 클럽빵 등 새로운 음악이 울리는 공연장과 수카라, 카페 히비 등 개인이 경영하는 편안한 카페가 있었다. 아내도 다리가 바로 보이는 창가 풍경에 반한 것 같았다. 교토의 기요미즈테라(淸水寺) 무대에서 뛰어내릴 용기로 (혹은 경주타워에서 뛰어내릴 용기로) 계약했다. 나의 '홍대 드림'의 시작이었다.

대로변이라고 해도 워낙 조용한 거리라서 몇 년 동안 손님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호기심 많고 상냥한 몇몇 단골손님 덕분에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꿈의 홍대에서 아내와 함께 우리 커피점을 차렸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홍대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어느 손님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여기는 홍대라고 할 수 없죠. 와우교 지나면 신촌인데요."

설마 그럴 리가…. 나의 '홍대 드림'은 바벨탑처럼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가게 위치를 설명할 때마다 "홍대 끄트머리" "홍대와 신촌 사이"라고 일부러 '홍대'를 강조해 말했다. 그러다 한 점의 그늘도 없이 당당하게 "홍대 카페"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문 연 지 3년 지난 2013년이었다. 걸어서 3분 거리에 홍대입구역 6번 출구가 생겼으니까.

사실 그 당시 6번 출구 주변은 거의 주택가였고 저녁이면 어두워서 여기가 정말 홍대냐고 놀라는 이용객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홍대 드림을 이룬 홍대 사람으로서 그런 홍대의 모습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기고자 : 시미즈 히로유키 아메노히커피점 운영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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