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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 예비군 2명, 사격훈련중 총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수렁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최전선 곳곳에서 수세에 몰려 후퇴하는 가운데 러시아 영토 내 군사훈련소와 보급 시설이 잇따라 공격을 당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계속되고, 러시아를 겨냥한 핵 억지 훈련 등도 벌어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나라 안팎에서 궁지에 몰리는 양상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접경 벨고로트주(州)에 위치한 서부군관구 소속 사격 훈련장에서 총격 사고가 발생해 총 1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 사격장에는 당시 100여 명의 예비군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앞두고 훈련을 받고 있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독립국가연합(CIS·구소련 국가들 모임) 출신으로 파악된 범인 2명이 사격 훈련 중이던 러시아 병사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며 "러시아 시민을 겨냥한, 의심의 여지 없는 테러 사건"이라고 밝혔다. 총격범 2명은 현장에서 모두 사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세한 사고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공격에 우크라이나가 관련되어 있는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날 벨고로트 지역에 있는 3000㎥(약 300만 L) 용량의 유류 저장고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측은 즉각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벨고로트 주 당국은 "우크라이나군 포탄 중 하나가 지역 내 유류 저장고에 떨어졌다"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고 진화 작업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벨고로트에선 지난 13일에도 수십 발의 포탄이 떨어져 탄약고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했고, 민간 주거지의 상업 시설과 아파트가 파괴됐다.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15일에도 국경 초소에 총 14발의 포탄을 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오폭(誤爆)"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전선에선 갈수록 러시아군에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영국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의 제러미 플레밍 국장은 최근 "러시아군은 탄약 등 보급이 고갈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탈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7억2500만달러(약 1조46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보급망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고속기동 포병 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러시아군의 대공 방어망을 파괴하는 고속대레이더미사일(HARM) 등이 핵심 품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제공한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규모는 183억달러(약 26조400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 피해가 커지면서 민심도 동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센터가 1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푸틴 대통령 행보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고, 약 13％는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과 무관한 삶을 살던 러시아 엘리트와 부유층 사이에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미국을 비롯해 나토 동맹 14국이 참여하는 핵 억지 훈련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17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핵전쟁 시나리오를 가정해 가상 적(러시아)에 대응하는 훈련으로 60여 대의 항공기가 참여한다. 이 중에는 미국에서 직접 날아오는 B-52 전략폭격기와 최신 스텔스 전투기, 각종 전략 정찰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강력한 군사력이야말로 러시아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긴장 고조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최신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 발사 훈련 계획을 공개했다. 야르스는 최대 사거리가 1만2000㎞에 달하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회피하는 핵탄두 4기를 탑재할 수 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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