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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서커스' 부회장 대니얼 라마르 인터뷰

한때 서커스는 떠돌이 약장수나 하는 가짜 예술로 치부됐다. 태양의서커스(Cirque du Soleil)가 그 편견을 깼다.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던 12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연간 1조원 수입을 올리는 세계 최대 공연 기업. 누적 관객은 2억명이 넘는다. 태양의서커스 쇼들은 '허공에 몸으로 쓰는 시(詩)'라는 찬사를 받는다.

"팬데믹 위기 속에 소유주가 바뀌었지만 태양의서커스는 건재하다. 날마다 공중으로 몸을 던지는 곡예사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상상력과 감각을 자극해 관객을 꿈꾸게 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어른의 동심을 깨우는 태양의서커스는 행복한 상인이다."

높이 19m, 지름 50m '빅탑'(텐트극장)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광장에 들어섰다. '알레그리아' 내한 공연을 앞둔 대니얼 라마르(69) 태양의서커스 부회장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1994년 초연한 흥행작 '알레그리아'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대폭 업그레이드했다"고 했다. 현재 회장은 코로나로 쇼가 멈춘 기간에 이 공연 기업을 인수한 금융사에서 보낸 인물이라, 라마르가 사실상 태양의서커스를 대표하고 있다.

―이번 '뉴 알레그리아'는 어떤 매력을 가진 쇼인가.

"2019년에 25주년을 기념해 무대, 음악, 곡예, 연출, 의상, 분장 등 모든 구성 요소를 동시대 관객에게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재설계했다. 제목은 스페인어로 '환희'를 뜻한다. 즐겁고 마법 같은 느낌으로 가득 차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애크러배틱 측면에서는 10명의 아티스트가 과감한 공중 도약을 수행하는 피날레가 역동적이다. 웃음을 통해 관객과의 장벽을 허물고 감정으로 다가가는 두 광대도 좋아한다. 또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눈폭풍 장면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40여 쇼를 중단하는 등 위기를 겪었는데.

"새로운 소유주들을 만나 운영을 성공적으로 재개했다. 직원들이 돌아왔고 티켓 판매도 뜨겁다."

―태양의서커스는 창의성의 대명사다.

"서커스는 물론이고 어떤 분야든 창의성이 없다면 비즈니스도 없다. 태양의서커스에는 연구 개발에 전념하는 부서가 여럿 있다. 음악, 패션, 건축, 연극, 영화, 게임 등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재능을 찾아 창조력의 외연을 확장한다."

―상업적 성공을 누리면서 어떻게 40년간 창의성을 유지하나.

"그것을 주제로 종종 강연한다. 세계에 걸쳐 수천명의 직원과 쇼들이 있는 조직을 운영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여느 기업과 다르지 않았다. 혁신 정신을 키우는 게 비즈니스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성취로 이끄는 열쇠였다. 인간의 독창성은 미개발된 엄청난 자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그것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쇼의 재료와 예술가는 어떻게 수집하나.

"태양의서커스에는 56국 1200여 명의 예술가를 뽑은 캐스팅 부서가 있다. 민속, 스포츠, 춤의 다양성은 늘 서커스 DNA의 일부였다. Korean Plank(한국 널뛰기), Russian Swing, German Wheel, Georgian Dance 같은 곡예의 이름에는 국가 정체성이 담겨 있다.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영감을 주고받고 창의력을 키우며 놀라운 장면을 생산한다."

―곧 번역돼 나올 저서에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고 썼는데.

"그것을 '아티스트의 시대'로 명명했다. 과거에는 예술가처럼 일하고 생각하는 게 가난으로 향하는 길로 여겨졌다. 하지만 감성이 밑바탕에 있는 직업은 이제 자동화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 세계적으로 혼란이 가득한 시기지만 이른바 '장인 경제'가 융성하고 있다. 감성이 우리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창조성과 감성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성공을 보장하는 연료가 될 것이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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