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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

50년 전 오늘,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는 '10월 유신'을 선포하며 사실상의 종신 집권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듬해 봄 유신 정부는 '개정 경범죄 처벌법'을 통해 '미풍양속을 해치는' 남자의 장발과 여성의 치마 길이를 단속하는 조치를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우리말로 '동강치마'(북한에선 아직도 이 말을 쓴다)인 미니스커트는 고대 로마 시절엔 로마군의 패션이었다. 이것이 여성의 패션 아이템으로 폭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으로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고 직물의 공급 부족 여파가 겹치면서 치마 길이는 점점 짧아지며 무릎이 드러나게 된다. 이를 패션으로 끌어올려 '미니스커트'라는 명칭을 붙인 디자이너는 1958년의 메리 퀀트로, 자신이 좋아하던 승용차 '미니'에서 따왔다고 한다. 보수층은 비난했지만 젊은 여성들은 폭발적으로 호응했고 미니스커트의 필수적인 동반자인 스타킹도 유행하게 되면서 메리 퀀트는 수출 공로로 영국 왕실의 훈장도 받았다.

1969년 60년대를 수놓은 흑인 솔 가수 윌슨 피켓이 발표한 이 노래는 미니스커트가 몰고온 열광을 열광적으로 묘사한다. "당신은 최고로 치명적이에요(You're the baddest thing around)"라는 샤우팅으로 문을 여는 이 흥미진진한 리듬의 곡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로 나선 여성이 스스로 강하다는 자부심을 자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치마를 너무 위로 끌어올렸다는 걸 당신은 알죠/ 당신이 걸어갈 땐 모든 차가 멈춰요/ 당신은 많은 행복한 가정들을 무너뜨릴 거예요(You know you wear your dresses so high/ You stop the traffic when you walk by/ You're gonna break up a lot of happy homes)."

1967년 쿠데타로 집권한 그리스의 군부가 시행한 금지 조치 중에도 미니스커트 착용 금지 조항이 있었다. 쿠데타의 주역인 요르요스 파파도풀로스는 6년 뒤 자신의 심복인 요안니디스에 의해 실각하였고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기고자 : 강헌 음악평론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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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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