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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몸집만 불렸다… 플랫폼 규제 왜 못했나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먹통 대란을 플랫폼 독과점 문제로 확대해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에 플랫폼 독과점을 심사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감시와 조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IT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규제하려고 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 포털이 뉴스 전달 창구의 역할을 할 때부터 독과점을 방지하고 플랫폼에게 걸맞은 책임을 지우는 규제를 도입하고자 시도했지만 '독과점 시장을 특정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에 따른 결과' 같은 논리에 번번이 막혀 좌절돼왔다.

◇번번이 실패한 플랫폼 규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를 겪고 난 뒤, '포털이 사실상 언론 역할을 하며 뉴스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을 규제하고자 했다. 특히 당시 다음 토론방인 아고라에서 반정부 여론과 확인되지 않은 광우병 관련 루머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언론에 준하는 규제를 포털에 적용해 정보 유통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이 '포털 규제는 언론 장악이며 인터넷 통제'라며 강력 반대하고 나서면서 대부분의 규제 법안은 좌절됐다. 대신 다음은 "아고라 게시글 추천 수를 제한하고 아이디 일부를 공개하겠다"며 자율 규제안을 들고나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포털이 검색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쇼핑·부동산 같은 이종 산업에 마구잡이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막으려는 규제 시도가 있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포털이 공공재 성격이 강해진 현시점에서 지배력을 부당하게 남용하는 것은 경제 민주화에 반하는 사업 형태"라며 규제 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이 "포털의 독점은 공정한 경쟁에 의한 결과"라며 "오히려 구글 같은 외국 사업자와 역차별이 되면 안 된다"며 반대 논리를 펼쳤다. 2013년 네이버와 다음은 일반 검색 결과와 검색 광고를 구분하지 않아 불공정 혐의로 과징금을 낼 위기에 처했지만, 이를 자진 시정하고 상생기금을 내는 '동의의결' 제도의 첫 수혜자가 돼 법적 제재를 피해 갈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에도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당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데이터센터는 재난 대비를 하지 않으면 굉장히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재난관리 계획에) 데이터센터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여야 일각에서 "중복 규제" "영업비밀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이 나와, 법안은 결국 좌초됐다.

◇규제 피해 영향력 키워온 네·카

정부와 규제 당국이 제대로 조치를 하지 못하는 동안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전 국민이 이용하는 포털과 메신저 플랫폼 영향력을 앞세워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갔다. 2017년 온라인 쇼핑 시장에 재진출한 네이버는 입점 및 거래 수수료를 경쟁 이커머스사보다 저렴하게 받는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스토어'로 온라인쇼핑 시장을 석권해 갔다. 현재 네이버쇼핑은 쿠팡과 시장 1·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카카오는 5000만명이 쓰는 메신저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택시·결제·은행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왔다. 하지만 카카오는 꽃 배달·장난감 같은 골목 상권 영역까지 침투하면서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김범수 창업자가 지난해 세 차례나 국정감사에 불려가 무차별 확장에 대해 사과하고, 골목 상권 철수를 약속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픽] 카카오 계열사 들여다보니 기고자 : 장형태 기자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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