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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은 선생님을 우습게 여기고 불법 촬영에 욕설까지 한다고…. 그런데 막을 방법도 없고 학생은 반성도 없이 뻔뻔하기 짝이 없다. 나의 소싯적 '옛날'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옛 이야기들을 찾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것 같다.

조선시대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의 대사성, 곧 교장 선생님이었던 퇴계 이황이 썼던 글을 모아둔 퇴계집에는 '사학(四學)의 사생(師生)들을 가르치는 글'이 있다. 여기에 성균관 유생들이 스승에게 인사하기는커녕 서재에 드러누워 흘겨보기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유인즉 "제대로 된 학생 예복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억지를 부렸다나. 선생이 훈계 좀 할라치면 유생들은 "선생이 우릴 괴롭힌다! 우릴 쫓아내고 학교 돈을 빼돌리려고 한다! 못 참겠다!" 이러면서 이불 싸들고 단체로 학교를 떠나버리겠다는 위협까지 했단다.

다산 정약용도 성균관에서 유생들을 가르치며 비슷한 봉변을 당했다. 다산시문집에는 더운 여름 날 학생들 마음이 붕 떠 책을 보지 않는 것을 걱정하는 글이 나온다. 학생들은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고, 스승을 험담하는 글을 써 벽에 붙이기도 했다. 우리 역사에 빛나는 위인들을 스승으로 두고도 말썽을 피운 학생들이 괘씸하기까지 하다.

옛 스승들은 이런 학생들을 바로잡으려 애썼다. 율곡 이이는 '학교모범'을 써서 학생들이 공부에 힘쓰도록 권했다. 하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중종 때는 성균관 선생들이 사표를 던지는 일까지 있었다. 중종은 선생들을 위로하며 말했다. "스승이 가르쳐주고 싶어도 유생이 스스로 배우지 않는다면, 이는 종아리를 때리고 겁을 주어서 될 일도 아니다."

옛 성현들도 못 한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할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백년지대계가 교육이다. 하지만, 장담한다. 백 년 뒤 인류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쟤들을 어쩌면 좋으냐….' 그래도 학생들은 무럭무럭 자라 사회로 나갈 것이다. 기고자 : 이한 작가·'우리는 투기의 민족입니다' 저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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