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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노력하는데 실패한다. 스트레스 관리 방법이 궁금하다'는 고민을 자주 접한다. 우선 대답은 '스트레스 안 받으려 고민할 시간 있으면 그냥 놀아라'이다.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적응'이다. 피곤하지만 인생은 적응의 연속이고, 특히 지금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적응 스트레스가 여간 심하지 않은 상황이다. 거기에 마음은 보이지도 않고 말도 잘 안 통해 스트레스 관리가 쉽지 않다.

현재 우리 마음은 지치고 삐졌다. 삐진 마음은 시커먼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수동적 자세를 보인다. 내 말에 반대로 움직이는 저항마저 보인다. 예를 들어 '도전 의식이 필요할 때야. 열심히 살자'고 하면 '너나 열심히 사세요'라고 마음이 답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희한하게도 마음과 소통할 땐 '역설적 접근'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전 지구인이 고압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선 역설의 소통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마음에 간단한 실험을 해봤다. 도전 의식을 지니라느니 열심히 살자느니 하지 않고 '인생 뭐 있나. 매일을 마지막 날이라 생각해 보고 그냥 즐겁게 놀자'고 마음먹어 보았다. 그랬더니 압박을 주지 않고 자유롭게 한 것에 대한 마음의 보답인지 오히려 '도전 의식을 갖고 열심히 살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조금 생겼다. 기쁜 나머지 가족을 향해 '도전 의식이 중요한 상황이야'라는 이야기가 툭 튀어나와 '너나 많이 도전하세요' 하는 이야기를 듣는 부작용은 있었다.

'오늘 하루 안 자면 어때. 이 순간을 즐기자'는 역설적 접근이 잠이 오지 않을 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일상의 긴장이 밤까지 지속되기 때문일 경우가 많은데, 잠이 안 오니 '잘 자야 내일 여러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텐데' 같은 걱정이 또 생긴다. 그러다 보니 잠은 더 안 오고 걱정도 더 커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럴 때 '괜찮아. 하루 안 잔다고 내일 큰 문제는 없어. 이 밤을 즐기자'고 역설적 소통을 마음에 던져 보자는 것이다. 쉬운 방법 같은데 실제론 어렵다. 불안하기에 진정성이 실리기 어렵다. 그래도 우선 말이라도 해보는 것이다. 이 말에 이완되어 잠이 왔다면 다행이고, 혹시 실패했더라도 그다음 날 일상의 기능에 큰 문제가 없음을 실제로 경험하면 내 말에 힘이 실리게 된다. '하루 제대로 못 자도 실제로 큰 문제가 없군' 하는 생각이 밤에 긴장을 줄어들게 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불면증인 사람이 중요한 강의나 회의 시간에는 숙면하는 황당한 경험을 한다. '절대 자면 안 돼'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자 버리는 것이다. 기고자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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