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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프랑스 과학기술학자이자 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가 타계했다.

그는 최근에 가이아(Gaia) 가설을 복원해서 '가이아2.0'이라는 개념을 제시했고, 세계화와 규제 완화를 통한 전 지구적 불평등의 심화와 생태 위기의 뿌리가 같다는 '신기후 체제' 이론을 주창했다. 올해에는 박사과정 학생인 니콜라이 슐츠와 함께 생태 위기 속에서 억압받고 피해받는 자들의 연대를 역설한 '녹색 계급의 탄생'을 출판했다. 일흔이 넘은 대(大)사상가가 젊은 박사과정 학생과 함께 책을 저술했다는 사실은 녹색 계급의 전진을 위한 연대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라투르는 1980~1990년대에 과학 지식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과학적 사실이 발견된다기보다는 구성된다고 주장함으로써 많은 과학자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사람이다. 과학자들은 그가 과학에 대해서 무지한 인문학자이며, 과학적 사실이 돌처럼 강고한 것임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라투르는 자신이 과학의 친구이고 과학의 진짜 적은 따로 있다고 항변했지만, 귀를 기울인 과학자는 많지 않았다.

2009년, 한 저명한 기후과학자가 라투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기후 회의론자에게 공격당하고 있다'고 하면서, 라투르에게 도와 달라고. 그때부터 라투르는 기후 위기와 인류세에 대한 철학적이고 과학기술학적인 심층 분석을 시작했고, 전 세계를 다니며 토론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지구 표면의 '임계 영역'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와 시각화를 시도한 뒤에 대중적 전시로 구현했다. 그는 기후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피해자들과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과학자, 종교인, 예술가들이 강고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몸소 실천하다가 췌장암이 악화하여 타계했다.

'만국의 녹색 계급이여, 연대하라.' 사회의 위기와 자연의 위기가 서로를 가속하는 지금, 라투르의 외침은 점점 더 큰 울림으로 메아리친다. 기고자 :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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