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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규정 무용지물… 올들어 위반 47% 늘어

민주노총은 지난 7월 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5만명을 동원해 '7·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당시 시청 앞 서울광장 인근에 설치한 무대 스피커에선 노랫소리와 집회 참가자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경찰 측정 결과 이들이 낸 소음은 100㏈(데시벨)로 소음 기준(주간 평균 75㏈)을 한참 넘었다. 경찰은 주최 측에 소음을 기준 이하로 낮추라는 명령, 확성기 사용 중단 명령을 잇따라 내렸지만 이들은 듣지 않았다.

좌파 성향 단체 '촛불승리 전환행동'도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을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낸 소음은 최고 99.9㏈, 평균 90㏈이었다. 이 단체는 지난 1일과 8일 연 집회에서도 소음 기준을 어겼다. 자유통일당 등 우파 성향 단체가 주도한 집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10월 들어 3일과 10일, 15일 잇따라 집회를 열었는데, 그때마다 평균 소음 기준 등을 어겼고 경찰 제재도 따르지 않았다.

경찰은 이달 열린 두 집회 주최자 모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특히 주말인 오는 22일 이 두 단체는 광화문 일대에서 수만명 규모 도심 집회를 또 열기로 했다. 시작 시각도 비슷해 도심이 또 집회 소음으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도 있다.

도심 집회 시위 현장에서 법이 정한 소음 기준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경찰이 소음 기준을 어긴 집회 주최 측에 "기준 이하로 소음을 낮추라"거나 "확성기 사용을 중단하라"고 제재 명령을 내린 것이 올해 1~9월에만 전국에서 1893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1701건)를 넘긴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제재 조치 건수가 47% 늘었다. 현장에서 소음 기준을 어기는 것은 물론, 경찰 제재 조치도 따르지 않는 일이 늘었다는 뜻이다.

경찰은 소음과 관련한 처벌 규정이 약하고 법원도 솜방망이 판결만 내리는 경향이 강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보고 있다. 소음 기준을 어기는 경우 경찰은 현장에서 소음 유지 명령을 내리거나 확성기 사용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집시법 24조에 따라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소음 기준 위반에 대해 무겁게 처벌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6년간 형이 확정된 소음 기준 위반 사건 19건을 살펴보면, 이 중 14건(73%)이 벌금 20만~5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형량이 벌금 수십만원에 그치다 보니 현장에서 경찰 조치를 따르지 않는 일이 많다"고 했다. 사용 중지 명령을 어기는 경우 확성기를 압수하는 조치도 할 수 있지만, 집회 방해로 경찰이 고소당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집시법 전문가인 성중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다수에게 큰 피해를 주는 소음에 대해 법원이 좀 더 심각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여러 차례 기준을 어겼으면 실형까지도 선고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는 국내보다 소음 규정이 엄격한 곳이 많다. 예컨대 미국 뉴욕은 학교, 교회, 법원, 병원 등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아예 확성기 사용을 불허한다. 이 외의 지역은 확성기를 쓸 때 집회 신고와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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