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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변상일 九단 / 黑 김명훈 九단

〈제13보〉(153~171)=큰 고기를 잡으려면 그물이 크고 튼튼해야 한다. 촘촘하지 못한 어망(漁網)으론 고기가 빠져나가거나 그물이 찢긴다. 이 바둑의 결론을 미리 밝히자면 흑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상변에서 천원을 거쳐 하중앙으로 뻗어나온 거대한 흑 대마가 털끝 하나 안 다치고 생환한 것이다. 백의 포위망은 허점이 많았고 병력 면에서도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마지막 과정을 따라가 본다. 백으로선 153 꼬부림이 아팠다. 흑을 차단 공격하려면 154가 불가피한데 155로 한 칸 뛰고 나니 잡힐 말이 아니다. 내친걸음에 156~160으로 처절하게 저항했지만 161이 절묘한 응수 타진이다. 참고도 1로 막으면 2 이하 6까지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우하귀 백귀마저 유린하겠다는 으름장이다. 따라서 162는 당연한 응수.

백은 결국 옥쇄의 길로 접어든다. 이른바 '던질 곳을 찾는' 코스를 택한 것. 167 단수에 168로 먼저 끊어놓고 170으로 느는 등 수순의 묘를 구했지만 수가 날 자리가 아니다. 171이 놓이자 변상일이 싹싹하게 패배 인정 단추를 클릭했다. 고기가 그물을 찢는 정도를 넘어 삼킬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 대국을 시작한 지 불과 3시간 남짓, 200수에도 이르지 못한 단명기(短命棋)였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64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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