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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대표 사과·사퇴… 피해보상 계획도 발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카카오 먹통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페이·택시를 포함한 카카오 그룹 서비스가 대규모 장애를 일으킨 지 나흘 만이다.

남궁 대표가 취임 7개월 만에 퇴진하면서, 카카오는 당분간 홍은택 대표가 홀로 이끌게 됐다. 사태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총괄하는 홍 대표는 이날 '즉각적인 보상' '2개월 내 재발 방지 환경 구축' '선 복구, 후 진상 규명'을 포함한 수습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개월 내 유사 사고 방지 시스템 마련"

남궁 대표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한 뒤 "카카오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그동안 물러나는 책임자들을 보면서 '이게 책임지는 것인가' 의문이 많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업무에만 전념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사내 재난 대책 분야를 총괄할 계획이다.

남궁 대표와 함께 간담회에 나선 홍은택 대표는 이번 사태 원인에 대해 "데이터는 이중화가 돼 있었으나, 이를 실행할 개발 운영 프로그램이 이중화되지 못했다"며 "데이터센터 전체 셧다운(가동 중지) 상황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먹통 사태는 15일 오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내부에 있던 3만2000대에 달하는 카카오 서버가 전원 차단으로 셧다운 되면서 벌어졌다. 이후 카카오가 서울 가산동·안양 평촌동 등에 있는 백업 서버로 시스템 이관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먹통 사태는 30시간 넘게 이어졌다.

홍 대표는 "복구가 늦어진 이유를 고통스럽더라도 철저히 파헤치겠다"며 "정부 조사에 전폭적으로 협력해 발화·전원 차단·복구 지연 전 과정이 투명하게 밝혀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남궁 대표도 "카카오뿐 아니라 한국 IT업계에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과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재발 방지와 관련해 홍 대표는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이 안정화되는 대로 2개월 내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이중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또 현재 경기도 안산에 4600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자체 데이터센터 내 안전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홍 대표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방화, 내진과 같은 방재 시설을 더 안전하게 구축하겠다"고 했다.

피해 보상 계획도 공개됐다. 홍 대표는 "보상 정책을 수립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실행하겠다"며 "SK와 책임 소재를 다투기 전에 앞서 보상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우선 택시·기업용 메시지 등의 유료 고객에게는 즉각적으로 보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톡 등 무료 서비스 관련 피해 보상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홍 대표는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긴 피해는 일단 사례를 받아보고 정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며 "2주간 피해 제보를 받겠다"고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카카오 관련 피해액을 최대 22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흔들리는 카카오 리더십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 체제가 출범 3개월 만에 무너지면서 카카오는 다시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됐다. 지난해 12월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주식 대량 매도 논란으로 사퇴한 뒤, 김범수 창업자가 사태 수습을 위해 발탁한 인물이 'PC방 창업 동지'인 남궁 대표였다. 그는 대표 선임 이후 '주가 15만원 회복 전까지 최저임금 수령' '비욘드 코리아'를 내걸고 주가 부양과 해외 사업 발굴을 추진했으나 이번 사태로 중도 하차하게 된 것이다.

그는 "주가가 올라가기는커녕 떨어져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신사업은 권미진 수석부사장 주도로 잘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IT업계에서는 사태 수습 후 홍은택 대표도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김범수 창업자의 경영 복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홍 대표는 "김범수 창업자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복귀설을 일축했다.

[그래픽] 카카오가 내놓은 먹통 사태 대책 기고자 :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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