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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부 비판하는 글 14건 쓴 미국 시민권자에 징역 16년형

수교 82주년을 맞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우디 법원이 자국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글을 쓴 사우디 출신 미국 시민권자에게 징역 16년형을 선고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기업들의 사우디 내 사업 확장 자제 권고를 검토 중이다.

18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 법원이 지난 11월 가족 방문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다가 체포·구속된 미국 시민권자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72)가 이달 초 징역 16년형과 석방 후 여행 금지 16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생활 중 트위터에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고 부패 문제를 언급하는 글을 14건 썼는데, 사우디 법원은 이를 문제 삼았다.

이런 가운데 NBC방송은 17일 전·현직 미 행정부 당국자 3명을 인용,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와 연관된 사업을 확장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25~27일 리야드에서 열리는 사우디의 연례 투자 유치 행사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 정부 당국자를 보내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막의 다보스'라고도 하는 이 콘퍼런스는 빈 살만 왕세자가 중시하는 행사다. 이런 움직임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유가 하락을 이끌어내지 못하자,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우디에 강하게 맞서는 방향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한다.

미국과 사우디는 상호방위조약 등을 체결한 적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조약 동맹'은 아니다. 다만 양국 간에는 안보 지형이 복잡한 중동에서 미국이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하면 사우디는 원유 생산으로 협조하는 사실상 동맹 관계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미국은 미군 약 3000명을 상징적으로 주둔시키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 영주권자로서 워싱턴포스트 객원 칼럼니스트 활동을 했던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주튀르키예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지고, 빈 살만 왕세자가 그 배후로 지목되면서 양국 관계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인권 중심 외교'를 표방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우디를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했다.

양국 간에 잠시 화해 조짐이 보인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을 때였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를 잡아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단체들의 비판에도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인 지난 5일 OPEC+(플러스)가 하루 200만 배럴 감산 합의를 발표하자,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분노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OPEC+가 러시아와 연대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사우디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다시 평가할 때까지 리야드와 하는 어떤 협력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래픽] 미국·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약사 기고자 :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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