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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괴담 열풍

으스스한 이야기가 몰려온다.

수요일 밤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국박)에서는 20~30대 청년 수백 명이 목격된다. 공포 연극 '야간괴담회'를 보러 온 관객들이다. 국박 관계자는 "MZ 세대를 겨냥한 '대박쌈박! 국중박'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달만 수요일 야간 개장(오후 6~9시) 때마다 무료로 진행 중"이라며 "어린이나 노인이 대다수인 관람객을 어떻게 젊은 층으로 확대할 것인가 하는 고민의 산물인데, 회당 300~400명이 오고 약 90%는 20~30대"라고 했다.

국박은 'K귀신잔치'라는 축제도 준비 중이다. 벌건 대낮에 귀신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10월 마지막 토요일 밤, 도깨비와 블러드메리 한 잔 어때요?"라고 홍보하는 'K귀신잔치'는 29일 오후 6~9시 박물관 야외 거울못 일대에서 열린다. 역시 무료.

이런 프로젝트들은 '20대가 방문하고 싶은 박물관'을 목표로 대학생 15명(TBWA 주니어보드)이 기획했고 예술가들이 실현한다. '야간괴담회'(러닝타임 25분)는 부모와 함께 순장된 아기, 전쟁터에서 무참히 희생된 소년 병사, 가난해서 팔린 소녀, 딸을 위해 자신을 파는 아비 등 약자들의 오싹한 괴담으로 속을 채웠다. 밤에 상설전시관 1층에 관객 수백 명이 모여 앉은 모습만으로도 진풍경이다. 연출가 정안나는 "강자들의 공간인 박물관에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며 "평소 공연장에 오지 않는 분들이라도 잠깐이나마 예술을 수도나 전기처럼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산골에서도 무서운 이야기가 상품으로 등장했다. 서울남산국악당은 핼러윈 데이(10월 31일)를 앞두고 20~30일 귀신 체험 밤마실 프로그램 '기담야행'을 총 20회 운영한다. 야간에 남산골 한옥마을 일대를 이동하며 관람하는 형태인데, 장소적 특징을 살린 기담(奇談)과 국악이 함께 펼쳐진다. 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서는 탁탁귀신 이야기가, 서울천년타임캡슐 앞에서는 아쟁 선율과 함께 제성대곡(齊聲大哭)이, 피금정에서는 거문고 귀신의 이야기가 풀려나오는 식이다.

'기담야행'은 조선판 핼러윈인 '나례'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남산국악당 서현재 PD는 "관객은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몸이 빛나게 된 야광귀의 안내에 따라 종이 가면을 쓰고 70분 동안 여행에 참여한다"며 "나무귀신과 도깨비불이 있는 무서운 숲길을 지나 남산골 한옥마을 곳곳에서 옴니버스 귀신 이야기와 국악공연을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참가비는 1만원이며 회당 60명으로 관객을 제한한다.

이런 괴담과 기담은 정규 공연장이 아닌 장소에서 밤에 출몰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가을은 전통적으로 스릴러의 계절. 오는 26일에는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범죄 스럴러 '자백'이 개봉한다. 밀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IT 업계 사업가 유민호(소지섭)에게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가 찾아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그것을 감추려는 자의 두뇌 싸움이 팽팽하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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