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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사만화가 플랑튀 방한
일간 '르몽드'에 50년간 만평 그려

"르몽드 1면의 만평 마감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었어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그림 5~6개를 그려가면 편집장이 그중 하나를 골랐죠."

프랑스 시사만화가 플랑튀(71)씨는 1972년부터 50년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만평을 그렸다. 70세 생일이었던 지난해 3월 르몽드를 그만뒀고, 그 후로도 페이스북을 통해 꾸준히 만평을 그리고 있다. 18일부터 전시 및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플랑튀는 "르몽드를 떠나고 달라진 점은 이제 마감 시간이 없어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50년간 그린 작품 3만여 장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전 총리가 함께 그린 그림이었다. 1991년 전시를 위해 튀니지를 찾았을 때, 그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라파트를 만났다. 몇 차례의 대화 끝에, 플랑튀는 아라파트에게 팔레스타인 국기 옆에 이스라엘 국기를 직접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해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전 총리를 만나 같은 그림 위에 서명을 받았다. 두 나라의 고위 지도자가 나란히 서명한 최초의 문서였다. 그는 "그들은 그림을 통해 언젠가는 평화가 올 것이라고 대화를 나눈 셈"이라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오슬로 평화 협정을 맺기 1년 전의 일이었다"고 했다.

프랑스 대통령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는 그림도 수없이 그렸다. 엘리제궁에서 항의 편지를 받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한번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저한테 와서 삿대질하며 '당신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몇 번이나 저한테 '왜 나를 고문하는 거냐'고 하소연했고요." 플랑튀는 풍자의 원칙은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혐오하는 그림은 그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을 뿐, 비방하기 위해 그린 적은 없습니다. 절대 정치인의 사생활은 건드리지 않고요."

1972년 스물한 살 때, 독학으로 그린 만평들을 들고 무작정 르몽드 신문사로 찾아갔다. "운 좋게도 편집장에게 그림을 보여줄 수 있었고, 그 뒤로도 몇 달 동안 매일 그림을 보냈어요. 낮에는 백화점에서 일하며 가구를 팔고 밤에는 그렸죠. 어느 날부터 제 그림이 하나둘 신문에 실리게 됐죠."

인터뷰 중에도 그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했다. "사람들의 자세나 표정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떠올리죠." 만평을 그리는 과정도 이와 비슷했다. "만평가는 일종의 '번역가'와도 같고, 제 모국어는 프랑스어가 아니라 '그림'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플랑튀는 2006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평화를 위한 만화(Cartooning for Peace)'를 설립했다. 지금은 명예회장으로 전 세계를 돌며 평화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해 활동한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플랑튀는 '시사 만화와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20일 서울 강남 지평주조 사옥, 21일 부산대학교에서 강연을 연다.

그는 언론에서 만평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을 안타까워했다. "정치적 입장을 밝혔을 때 소셜미디어에서 다수의 공격을 받는 일들이 벌어져요. 언론도 겁을 먹고, 평론가나 시사만화가를 고용하길 꺼리죠. 이건 전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가 걸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고자 :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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