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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잡으려다 자영업자 잡겠다"

    신지인 기자 이미지 기자 김휘원 기자

    발행일 : 2022.10.21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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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 확대… 편의점·카페 등 아우성

    다음 달 24일부터 전국적으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한층 더 확대돼 시민들의 일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작년 12월 말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 규칙이 적용되면서다.

    편의점이나 수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 봉투 판매가 중단되고, 소비자가 종량제·종이 봉투나 다회용(부직포) 쇼핑백 등을 구매해 써야 한다. 또 카페와 식당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사용을 새로 금지한다. 매장 면적이 33㎡를 초과하는 모든 편의점과 카페, 모든 식당이 규제 대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번 규제의 적용을 받는 편의점은 전체의 99%인 5만곳, 카페는 95%인 약 19만곳에 달한다.

    환경보호를 위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와 불황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준도 모호하고 대안도 없이 부담만 늘게 생겼다"는 반발이 크다.

    편의점의 경우 현재 20~100원을 받고 일회용 비닐 봉투를 판매해왔다. 하지만 다음 달 24일부터는 종량제·종이 봉투나 다회용 봉투를 사야 한다. 편의점별로 종이 봉투는 50~250원 안팎, 다회용 쇼핑백은 500원, 종량제 봉투는 지자체별로 160~1000원을 받는다.

    부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아직도 비닐 봉투 가격 20원을 왜 받느냐고 항의하는 고객도 있는데 봉투 값이 사실상 더 오른 거라 편의점들만 욕을 듣게 생겼다"고 말했다. 거기다 종이 봉투는 차가운 음료 등을 담았다가 봉투가 물기를 흡수해 찢어질 수 있고 종량제 봉투는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결국 버리게 돼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많다.

    또 상당수 편의점은 식당(식품접객업) 영업 허가를 함께 받아 즉석 조리 식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즉석 치킨이나 꼬치, 핫바 등을 먹을 때 앞으로는 종이 접시나 젓가락도 제공하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에서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김민정(46)씨는 "젊은 손님 상당수가 매장 안에서 음식을 먹는데, 쇠젓가락과 다회용 용기를 제공하라니 편의점에서 설거지를 하란 말이냐"고 했다.

    규제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컵라면같이 영업 허가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은 나무 젓가락을 줘도 된다. 한 편의점주는 "컵라면 먹는 나무 젓가락은 환경에 괜찮고, 즉석 치킨 먹는 나무 젓가락은 오염 물질이냐"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일회용 비닐 봉투는 편의점에서는 사용 금지,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무상 제공 금지인데 배달을 하거나 고객이 직접 음식을 가져가는 경우는 또 예외다. "배달만 봐준다"는 불만도 크다.

    카페 주인들은 '빨대' 걱정에 잠겼다. 이미 일부 카페는 커피 등을 팔 때는 고객이 요청하지 않는 한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버블티나 스무디, 밀크셰이크 등 물보다 끈적해 빨대 없이 먹기 어려운 음료를 주로 파는 카페 주인들은 비상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61)씨는 "버블티를 어떻게 빨대 없이 제공하나? 환경도 좋지만 우리 장사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는 가능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양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모(29)씨는 "종이 빨대는 200개에 7500원 선으로 플라스틱 빨대 값의 2배가 넘는다"면서 "가뜩이나 물가가 올랐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유리나 스테인리스로 된 다회용 빨대를 쓰자니 손님들이 싫어하거나 설거지 부담이 크다고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쇼핑센터 등에서는 입구에 설치된 우산 비닐도 다음 달 24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손님들이 다니다 미끄러져 다칠까 우려하는 곳이 많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위험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빗물 때문에 실내 바닥이 미끄러워 사고로 이어진다면 자칫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자영업자나 소비자 부담을 줄일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서영태 과장은 "코로나 때문에 적용을 미뤘던 것인 만큼 당장은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그래픽] 11월 24일부터 달라지는 업종별 일회용품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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