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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옷 베끼지 않겠단 고집, 이제는 통한 것 같아요"

    최보윤 기자

    발행일 : 2022.10.21 / 사람 A2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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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만에 열린 '서울패션위크' 개막 무대 연 디자이너 송지오

    "당신은 왜 (해외 브랜드) 샘플을 안 삽니까? 그래서 옷이 팔리겠어요?"

    30년 전 패션 디자이너 송지오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발표할 때였다. 만나는 업계 관계자들마다 마치 녹음기를 틀어댄 듯 똑같이 지적했다. 어린 시절 미국의 자수성가 디자이너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의 성공을 보고 꿈을 키웠다. '패션도 음반처럼 밀리언 셀러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프랑스 유학에 나섰다. 하지만 그 당시 패션이란 건 해외 고가 브랜드의 옷 소매나 길이, 재단을 조금 바꾸어 내놓으면 불티나게 팔릴 때였다. "도둑질을 왜 하냐"는 송지오를 향해 "성공하긴 틀렸다" "고집불통"이란 반응이 돌아왔다.

    송지오는 지난 11일 3년 만에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개막 무대를 장식했다. 브랜드 창립 30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이기도 했다. 서울패션위크는 '세계 4대 패션위크'로 불리는 뉴욕·런던·밀라노·파리에 이어 아시아를 대표해 열리는 패션쇼다. 프랑스 유명 패션 브랜드인 아미(AMI)가 서울패션위크를 기념해 광화문 광장에서 쇼를 하는 등 33개의 디자이너 패션쇼가 15일까지 5일간 서울을 뜨겁게 달궜다.

    송지오는 디자이너 우영미, 정욱준(준지) 등과 더불어 파리패션위크 무대에 서는 1세대 디자이너. 이날 역시 지난 6월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의상에서 좀 더 화려하면서도 완성도를 높인 의상들이 무대를 채웠다. 120m나 길게 늘어진 런웨이엔 배우 차승원, 이기우, 모델 한혜진, 댄서 아이키 등을 비롯해 서울패션위크 홍보대사인 배우 권상우가 등장하며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현장을 찾은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해외 패션지 엘르, 마리 클레르 기자들도 한류 스타들의 등장에 함께 환호했다.

    송지오는 "1980년대 일본 디자이너들이 2차 세계 대전을 겪은 트라우마를 전위적인 패션으로 재해석하며 세계 패션 시장을 지배했다면, 한국은 특유의 의관정제(衣冠整齊) 문화가 K패션의 밑바탕으로 작용해 한국 이미지를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새로 만든다'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시간과 싸우고 버틴 게 20년, 또 해외에서 저희 것을 베끼고도 베낀 사람 패션이 더 주목받는 10년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페도라(중절모)를 조선시대 갓처럼 스타일링한 패션쇼부터 채석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쇼의 세트 디자인 등이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 재현됐다. "창의성을 이제야 좀 존중받는가 싶었는데, 절 따라 하는 이들이 생기더군요. 저는 그게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세계 패션 시장에서 파문을 일으킬 정도로 영향력을 더 키워야 하는 거죠."

    "K팝은 있어도 K패션이 과연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지요. 저력 있는 한국 콘텐츠가 저변에서 끓다 갑자기 화산 폭발하듯 그 에너지를 뿜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K패션도 그럴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송지오는 "한국인 특유의 깔끔하고 세련된 감각이 K패션을 중흥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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