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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28) 성장의 원리 슈·하·리

    발행일 : 2022.10.21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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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는 신체 단련이나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 무예 또는 기예에 '도(道)'를 붙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는 한다. 다도, 화도(華道), 검도, 공수도 등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사례이다. 이러한 도를 수행(修行)하는 수련인의 마음가짐 또는 성장 단계로 일본에서 흔히 회자되는 격언이 '슈·하·리(守·破·離)'이다.

    '슈(守)'란 기존의 모델을 모방하는 단계이다. 좋은 스승과 인연을 맺어 그 가르침을 익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破)'란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 단계이다. 몸에 익힌 가르침의 의미를 곱씹는 한편, 수행자의 주체적 사유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리(離)'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모델을 추구하는 단계이다. 기존의 것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자기만의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지에 이른 모델이 세간의 인정을 얻으면 소위 '유파(流派)'가 된다.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과도 유사한 이러한 성장 원리는 비단 기예나 무예뿐 아니라 세상일에 널리 적용할 수 있는 보편성을 띤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성장 또는 발전 단계도 유사한 원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을 예로 들면, 선진국을 모델 삼아 모방하는 '守'의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제는 자신의 처한 바에 걸맞은 새로운 모델을 모색(해야)하는 '破'와 '離' 사이 어디쯤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슈·하·리'의 원전은 '모범을 따르며, 이윽고 그를 부수고 떨어져 나가되, 그 본질을 잊지 말라'는 전국시대 다도 명인 센노리큐(千利休)의 가르침으로 알려져 있다. 작금 한국을 둘러싼 환경과 내부의 사정이 아무리 복잡다기해 보여도, 한국이 지향해야 할 국가의 본질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통한 국민 기본권 향상과 국가 안전 보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5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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