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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칼럼] 제2의 촛불?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정치철학

    발행일 : 2022.10.21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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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 동란(動亂)의 시대다. 역병(疫病)과 전쟁이 세계를 강타하고 경제는 공황 상태다. 미증유의 복합 위기에 포위된 서울 한복판에서 새 정부 출범 반년도 안 됐는데 '대통령 탄핵' 구호가 요란하다. 정치 신념을 달리하는 극단적 군중이 서로 충돌하는 '한국 정치의 남미화'(南美化)가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촛불행동'은 내일 서울시청 앞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촛불 대행진'을 열고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진군한다. 같은 날 광화문에선 '문재인·이재명 구속과 주사파 척결'을 내세운 맞불 시위가 열린다.

    한 국가 안에서 두 정치 세력이 국가 통치권을 두고 다투는 이중 권력 상황이 '거리의 정치'로 폭발하고 있다. 촛불행동은 민주공화정의 공준(公準)인 선거 승복을 거부하는 행위를 '촛불'로 미화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무능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유사(類似) 내란 상태인 이중 권력을 타파하려면 국민의 압도적 지지가 필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지 않는 청와대 이전을 거두고 민생 문제 해결에 전력투구해야 했다.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실천하면서 국민의 쓴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을 것이다.

    '촛불'은 원래 '우리 모두의 정의로운 나라'인 민주공화국을 향한 집단 열망이었다. 한국인의 보편적 상징 자산인 촛불을 특정 정파가 독점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이유다. 하지만 '촛불 정권'을 참칭한 문재인 정권은 나라를 '좌파 귀족들'의 부패와 위선의 소굴로 만들었다. 촛불의 대의(大義)를 훔친 좌파 운동권 세력이 국가를 자기들 소유물로 삼으면서 촛불의 꿈은 배반당했고 나라는 망가졌다.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야말로 20대 대선 화두였다.

    그러나 민주주의 근본 규칙인 자유선거에 불복하는 민주당엔 민주도 없고 반성도 없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정부 출범 2개월 만인 지난 7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통령 탄핵 카드를 꺼냈다. 10월 8일 제9차 청계광장 촛불 집회에선 김용민 의원이 '윤석열 퇴진'을 외쳤고 안민석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감을 표했다. 이재명 대표는 '불의를 방관하는 것이 불의'라고 부추겼다. 촛불 대행진이 윤 정부 출범 다섯 달 만에 열 차례나 열린 것은 제2의 촛불이 대선 불복 행위라는 명백한 증거다.

    좌파 시민 단체들 '좌장'이자 "촛불 혁명을 기억하고 진전시키는 일을 여생의 과업으로 삼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제안이 결정판이다. 10월 11일 좌파 매체 '오마이뉴스TV'에서 백 교수는 "처음부터 탄핵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퇴진을 권고하는 게 낫다"는 탄핵 단계론으로 민주당과 좌파 시민 단체들의 유착을 증명했다. 실제로 경제 위기가 증폭될수록 촛불 시위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참여 군중이 늘어나면 탄핵 세력은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헌법재판소·언론을 무기(武器)로 윤 대통령 탄핵을 강행할 수 있다. 탄핵이 불발해도 윤 정부를 무력화하면 차기 총선·대선 승리가 따 놓은 당상이라는 큰 그림일 터이다.

    법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할 정도의 중대성을 지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논거다. 같은 논리로 박근혜 대통령 당시 헌재는 '직무 집행에서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위배했다'며 탄핵을 인용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 사태에도 대한민국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 국민 합의가 창출한 '일반의지'(general will) 덕분이었다. 제2의 촛불은 정반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기는 없지만 직무 집행에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증거도 없다. 제2의 촛불이 국민의 일반의지를 결여한 정파적 대중 선동인 것은 이 때문이다.

    촛불을 배신한 민주당과 좌파 특권 집단이 제2의 촛불을 외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촛불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미려(美麗)함을 노래한다. 하지만 국민주권을 내세워 정당한 선거에 불복하는 것은 '국가의 계속성'을 위협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경쟁 정당 출신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나라의 존속은 불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억지 탄핵을 거부한 국민은 총선에서 탄핵 세력을 궤멸시켰다. 탄핵을 노리는 제2의 촛불, 그것은 민생을 파탄 내는 망상이자 국가의 자멸(自滅)로 가는 전주곡이다.
    기고자 :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정치철학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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