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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카카오를 보며 떠올린 中 개발자의 한마디

    이길성 산업부 차장

    발행일 : 2022.10.21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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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의 먹통 대란으로 국민을 분노케 했지만 카카오로선 이 정도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게 다행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카오가 이번 일을 겪지 않고 지금과 같은 궤적을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미래의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서울 하늘을 날던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이 추락하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자율주행차들이 연쇄 추돌하는 참사를 빚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사태로 카카오 주가가 폭락하고 CEO(최고경영자)가 취임 7개월 만에 사퇴하고, 앞으로 손해배상까지 하게 되겠지만 데이터센터를 제대로 만드는 일은 작심만 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뿌리라고 할 카카오의 문화, 다시 말해 지금의 카카오를 낳은 성장 방식이 과연 이대로 괜찮냐는 것이다. 카카오는 5000만 사용자라는 거대한 영토 위에 세운 왕국이다. 그 기반에서 스타 개발자들이 금융·결제·교통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이들을 분사·상장시켜 성공 주역들에게 막대한 스톡옵션을 안기는 식으로 성장해왔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전 대표도 그런 시스템이 낳은 스타였다. '주식 먹튀' 논란으로 결국 불명예 퇴진했지만, 그는 개발자 단 몇 명만 데리고 사실상 단기필마로 카카오페이를 성공시켜 460억원을 챙겼다. 카카오의 이런 확장 방식은 왕족·공신들에게 땅을 분봉하던 중국 주나라를 연상시킨다. 카카오가 재벌들을 제치고 수백억, 수십억을 받는 연봉킹을 양산하는 회사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수많은 IT·벤처기업이 모인 판교에서도 유독 카카오가 '체계가 없다' '중구난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도, 이런 성장 방식에 기인한다. 카카오 자체는 기능 면에서 일상의 모든 영역을 커버하는 '만능 앱(everything app)'으로 진화했지만, 제후국이 늘면서 구심력이 약화됐던 주나라처럼 카카오도 계열사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며 각개약진해왔다. 기본 중의 기본을 놓친 데이터센터 이원화 실패도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카카오식 리더십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가 걸어온 모바일 혁신의 길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연봉킹 스타 개발자를 포함한 카카오의 전 구성원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카카오의 성공에는 한국 사회도 기여했다는 점이다. 엄혹한 경제 위기 때마다 IT 분야에서 신성장 기회를 찾겠다며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역대 정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며 민관이 함께 구축한 거대한 초고속 유무선 인터넷망, 무엇보다 자신의 신상·동선·이용 정보를 믿고 맡긴 국민들이 카카오 성장의 자양분이었다. 카카오톡은 무료 서비스지만, 국민들도 이런 정보를 돈 받고 제공한 게 아니다. 덕분에 카카오는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카카오는 대신 더 싸고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했지만 최근 들어 번번이 그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몇 년 전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의 중국 광저우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위챗은 카카오에 훨씬 앞서 결제·송금·금융·택시호출·음식배달, 심지어 음성 전송 서비스까지 제공했고 이용자가 무려 10억명이 넘는다. 트래픽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중국에서 위챗이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 걸 본 적 없고 최근까지도 그런 뉴스를 본 적도 없다. "그 막대한 트래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물었을 때 한 개발자가 한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별다른 비결은 없다. 그냥 '우리가 제일 자신 있는 게 밤샘'이라고 말하겠다." 순간 '여기가 공산당의 나라 맞나' 하는 생각과 함께 현기증을 느꼈다. 카카오는 달라져야 한다.
    기고자 : 이길성 산업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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