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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3082건 관계기관에 건의
강제력 없어 대부분 무시당해

소비자 피해 구제 최전선에 있는 한국소비자원이 상담 과정을 거쳐 위법 사실을 관련 기관에 통보하거나,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제품의 유통을 막아달라고 건의해도 무시당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집계됐다.

20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실이 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년~2022년 8월) 소비자원에서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한 위법 사실 건수는 총 3082건이지만 회신율은 평균 23%에 그쳤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관련 기관에 통보해야 한다"며 "12번 통보해도 미회신한 기관도 있다"고 했다. 고객의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은 유사투자자문서비스 업체에 대해 서울의 모 구청에 영업정지 등을 해달라고 통보를 12번 했지만 회신이 없었다.

소비자원은 시중 유통되는 제품에 대한 안전검사를 통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제도 개선 건의도 하는데 반영 비율이 34.2%에 불과했다. 박재호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소비자원은 총 114건의 실태 조사를 실시해 제도 개선 사항을 건의했지만 39건(34.2%)만 반영됐다. 미반영된 사례 중에는 지난 4월 소비자원 안전검사에서 기준치의 373배를 초과하는 독성 물질이 검출된 어린이용 슬리퍼도 있었다. 유통되지 못하게 관련 기관에 감독해달라는 건의를 했지만 해당 제품은 아직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소비자원의 분쟁 조정도 10건 중 4건은 거부되고 있다. 거부 중 90%는 기업에 의한 것이다. 분쟁 조정은 합의 시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져 소송으로 인한 비용이 부담스러운 소액 피해 소비자들에겐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거부 시에는 민사소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환불 대란'이 일었던 머지 포인트 사태도 기업들이 중재를 거부해 단체 분쟁 조정에 참여한 5400여 명은 민사소송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소비자원이 각 기관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것은 법적으로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준정부기구라는 한계도 있다. 중앙부처나 지자체가 회피해도 수단이 마땅치 않다.

또 소비자원의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극적인 자세도 문제로 꼽힌다. 소비자원의 제도 개선 요청이 거부당하면 공정위가 시정 요청을 할 수 있음에도 나서지 않았다. 2019~2022년 9월까지의 기간 중 공정위는 한 건도 시정 요청을 하지 않았다. 기고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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