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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파, 권력경쟁서 탈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집권 3기를 공식 출범시킨 가운데 2인자였던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물러나게 됐다. 내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연례회의) 때 물러나면, '퇴직 간부' 신분이 된다.

두 사람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자 개혁 성향의 67세 동갑내기란 공통점이 있다. 공청단은 공산주의 사회제도 구현을 목표로 설립된 청년 조직이다. 후야오방(胡耀邦·1915~1989) 전 공산당 총서기가 이들을 '개혁·개방의 젊은 피'로 삼아 대거 중앙 정계에 진출시킨 후, '퇀파이(團派·단파)'로 불린 이들은 중국 정치의 핵심 세력으로 성장했다. 후진타오(胡錦濤·80) 전 국가주석의 뒤를 이어 퇀파이를 대표했던 리커창 총리와 왕양 주석은 '칠상팔하(67세는 남고 68세 이상은 퇴임하는 것)' 관례에 따른다면, 최고 지도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물러나게 됐다.

AP통신은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은 시장 중심의 개혁을 지지하는 인물로,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를 확대하려는 시진핑 주석의 생각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리커창의 퇴진은 앞으로 시 주석이 중국 경제를 더욱 강력하게 장악할 것이란 확실한 신호"라고 전했다.

차기 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왕양 주석도 리 총리와 같은 운명에 처했다. 왕 주석은 지난 지도부 내에서 가장 친(親)시장적인 인물로 분류됐다. 광둥성 서기 시절 삼성과 LG 등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과 인연을 맺은 경험이 있는 그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해 적극적인 '지한파(知韓派)' 정치인이기도 했다.

퇀파이의 희망으로 불렸던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는 이번 인사에서 상무위원(7명) 진입은커녕 그 아래인 정치국위원(24명)에서도 밀려났다. '후진타오의 황태자'로 불리며 2012년 49세에 정치국에 들어간 지 10년 만이다. 리커창·왕양의 퇴진과 후춘화의 권력 경쟁 탈락으로 공청단 세력이 사실상 와해될 위기에 처함에 따라, 중국이 앞으로 대외 정책에서 더욱 이념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기고자 :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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