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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前교육감이 설립한 단체
'유령 상담원' 만들어 돈 빼돌려

학교폭력·성폭력·가출 등으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이 전화나 온라인 메신저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1388 청소년 상담' 서비스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온 민간 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빼돌리다 적발된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여가부와 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재정 전 경기교육감이 2004년 설립한 사단법인 '동서남북모바일커뮤니티'는 2007년부터 전화 상담은 제외하고 문자 메시지를 통한 상담 업무를 위탁받았다. 2014년부터는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 업무도 맡았다. 여가부는 이 단체 소속 상담원 및 관리 인력 36명의 인건비와 상담 시스템 운영비에 쓰라며 이 단체에 매년 약 8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지급된 보조금은 약 88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단체 상담원 중 일부는 실제로는 이 단체에서 일하지 않는 '유령 상담원'이었다. 이 단체 대표 조모씨와 전 이사 김모씨는 유령 상담원 역할을 하기로 미리 짠 사람의 계좌로 들어온 급여를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약 1억4000만원을 빼돌렸다. 또 상담 시스템 유지 보수 명목으로 자신들이 운영하는 유지 보수 업체 계좌로 약 5억8000만원을 빼돌렸다. 횡령한 금액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7억2000만원에 달했고, 조씨와 김씨는 이 돈을 사적인 용도로 썼다.

법원은 올해 6월 1심에서 조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초 뒤늦게 이 단체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사업 위탁을 중단했다. 현재 1388 상담은 여가부 산하 기관이 맡고 있다. 그러나 조씨는 아직까지 횡령한 금액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

이 전 교육감은 이 단체가 온라인 상담 사업을 따낸 2006년부터 이 단체의 '명예이사장'으로 있었다. 경기교육감 재직 시절인 2015년에는 경기교육청이 이 단체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선교 의원은 "위기 청소년들을 이용해 자기 배를 불렸다는 점에서 제2의 '정의연 사태'가 일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기고자 :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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