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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준비 하랴, 아이 깨워 먹이랴, 유난히 바쁜 워킹맘의 아침에도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작은 메모를 써서 아이의 필통 안에 넣는 것.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그날의 할 일과 주의사항 등을 짧게 적어 넣기 시작한 것이, 사정이 있던 특정 시기를 빼고는 계속되어 왔다.

누군가 그랬다. "자식을 키우는 것은 조회수가 0인 글을 매번 올리는 일"이라고. 읽는지 안 읽는지 모르지만 매일 쪽지를 쓰는 것이 엄마로서 내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었다. 이런저런 안전의 당부를 담으면 쪽지는 종교 없는 부적이 됐고, 어미로서의 부족함과 반성을 적으면 짧은 참회록이 됐다.

쪽지를 안 버리고 도로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고, 가끔씩 뒷면에 짧은 대답이라도 적혀 있으면 뭉클하기까지 했다. 언젠가 운동회 날이라고 필통 쪽지를 생략했는데 "오전 수업 하고 운동회 했는데 엄마 쪽지가 없어서 필통을 한참 찾았어"라는 말에 '아이가 내 마음을 알아주나' 싶어 더 꼬박꼬박 쓰게 됐다.

매년 국내 대형 서점 주최로 손글씨 대회가 열린다. 학생부터 성인까지 많은 이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 속의 문장들을 손글씨로 적어 응모한다. 올해 최우수상인 '으뜸상'을 수상한 김혜남 할머니는 한 인터뷰에서 "글씨는 사람의 마음이고, 글쓰기는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담는 연습"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오류로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었다. 오류가 생기기 전날 누군가에게 가시 돋친 말을 했던 나는 차라리 그때 오류가 나서 그 말이 전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했다. 어쩌면 나와 반대로 꼭 했어야 할 말을 전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카톡 오류 때문에 드러난 각종 불편함의 이면에 우리가 간과했던 가장 큰 문제는 마음과 연습이 부족했던 말들을 너무 쉽게 남발했던 건 아니었을까. 여전히 전송되지 않은 대화창들을 닫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기고자 :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홍보책임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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