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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풀코스 완주한 김승경씨
항암 18번, 체중 36㎏까지 줄어도
러닝 동호회 친구들과 매일 달려
＂혼자였으면 절대 완주 못했을것＂

"제게 달리기는 생명 줄입니다."

김승경(51)씨가 23일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도전, 4시간38분37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학원 강사로 일하던 그는 작년 4월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년에 걸쳐 수술과 방사선 29번, 항암 18번 등 몸이 감당해내기 어려운 치료를 받았다. 음식을 제대로 넘기지 못해 체중이 36㎏까지 줄었다.

그래도 그는 2019년 시작했던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새벽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나갔다. 막상 가도 힘이 없어 아예 달리지 못하는 날도 있었고, 1㎞쯤 걷다시피 달리는 날도 있었다. "기를 쓰고 움직이려 했다"고 한다. 달리기로 체온을 끌어올리면서 체력과 식욕이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치료도 서서히 효과를 보며 몸무게 44㎏이 된 김씨는 곧 나올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러닝 동호회 소속으로 친하게 지내온 서현미(53)씨 등 또래 여성 6명이 투병 과정 내내 날마다 김씨와 함께 달렸다. 일명 '언니쓰'로 불리는 이들은 "잘 먹어야 한다"며 된장국이나 첫 수확 한 부추 등 몸에 좋은 음식도 챙겨줬다. 김씨는 "힘들 때 늘 곁에 있어준 '언니쓰' 멤버들을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고 했다. 서씨는 "김승경씨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나에게 큰 감동의 발자국으로 다가왔다"며 "우리는 그를 환자가 아니라 평소 같이 운동하는 친구로 대했다"고 했다.

김씨는 춘천마라톤 경치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날 생애 첫 풀코스에 도전했다. '언니쓰'도 함께 달렸다. 페이스메이커로 나선 서씨와 나란히 달린 김씨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혼자였으면 절대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꼭 해보고 싶었던, 평생의 숙제를 마친 기분"이라고 했다. 기고자 : 춘천=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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