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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도 고성·소음… 민노총 투쟁방식에 등돌리는 대학생들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에서는 최근 대학 청소 근로자들과 민주노총, 일부 학생들이 교내에서 잇따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학교 측에 현재 9390원인 올해 시급을 400원 더 인상하고, 그에 따른 올해 소급분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일부터 대학 총장실 점거를 시작했고, 12일부터는 파업도 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곳곳에 본인들의 주장을 담아 대자보도 붙여 놨는데, 최근 여기에 이 학교 학생들이 댓글을 달듯 노조 측 주장에 반대하는 메모나 대자보를 잇따라 붙이고 있다. 지난 18일 찾은 이 학교 정문 게시판의 노조 대자보에는 '소음공해·수업방해 멈춰' 등 민노총 등을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메모지가 수십 장 붙어 있었다.

전문가 사이에선 20대들이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거나 건물이나 도로 등을 점거하는 등 다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의 과거 집회나 사회운동 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덕성여대에서 일하는 청소 근로자들은 민노총 회원 등과 더불어 올해 초부터 학교 안팎에서 임금 인상 및 샤워실·휴게실 설치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지난 9월부터는 학생 등·하교 시간에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덕성여대 측은 24일 "10년 가까이 거의 매번 시급을 올리며 최저임금보다 높게 임금을 유지해 왔는데, 올해는 재정 부담이 너무 커 동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학생들은 교내 곳곳에 붙은 노조 대자보에 반박 메모를 댓글처럼 붙여두면서 이들의 집회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본지가 만난 학생들에 따르면, 3월 막 집회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일부 학생들이 청소 근로자들을 위해 모금을 할 때도 참여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노총 회원 등 외부인들이 대학 내부에서 스피커를 크게 틀며 집회를 하고, 꽹과리를 치면서 소음을 내기 시작하자 불편하게 느끼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덕성여대 재학생 박모(20)씨는 "집회를 지지한다면서 들어온 외부인 남성들이 시험 기간에 꽹과리까지 치면서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 있어 수업이나 공부에 너무 방해가 된다"며 "어떻게 저런 행동을 지지할 수 있겠냐"고 했다. 다른 재학생 김모(21)씨는 "청소하는 분들이 힘든 이유를 들면서, '여대라서 생리대가 많이 나온다' '여학생들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 등의 성차별로 볼 수 있는 발언도 나와 불편하다"고 했다.

대학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회운동이나 집회를 두고 갈등이 생기는 것은 이 학교의 일만은 아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 5~6월 학내 집회 참가자들이 소음을 발생시켰다며 일부 학생들이 이들에 대해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이들은 "대학 내 다양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존재할 수 있지만, 확성기를 통해 학생들의 수업과 공부까지 방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9월에는 고려대 총학생회가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대표를 인권 강연의 연사로 초청했다가 학생들 사이에서 '다수에게 불편을 끼친 사람이라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반발이 나오며 취소하기도 했다.

과거 대학생들은 노동계, 시민단체 등이 각종 주장을 펼 때 늘 지원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장의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수단을 써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황이나 취업난 속 상당수 대학생들도 취약 계층이 된 상황이라 자신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방식의 투쟁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노동계나 시민사회도 이제 집회·시위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