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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출신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내한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단 양국(兩國) 국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연쇄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비극적 사태.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크라이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불러 모으는 계기도 됐다.

우크라이나의 현존 최고 작곡가로 꼽히는 발렌틴 실베스트로프(85)의 작품들이 세계 음악계에서 재조명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프(44)와 소프라노 옥사나 디카(44) 역시 전 세계 오페라 극장과 공연장에서 기회 날 적마다 러시아 침공의 부당성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한 명의 우크라이나 출신 명지휘자인 키릴 카라비츠(46)가 다음 달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다. 지난 2009년부터 영국 본머스 심포니를 이끌고 있는 카라비츠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첫 영국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라는 기록을 지니고 있다. 2016~2019년 독일 바이마르 오페라 극장 음악 감독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침략으로 내 조국이 공격 대상이자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음악가의 한 명이자 인간으로서 제 삶과 음악 경력, 마음가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침공 사태를 계기로 그는 "우크라이나 작곡가들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 것이 음악가로서 중요한 역할임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비극적 상황에서도 전 세계에 우크라이나 문화를 알릴 커다란 기회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회가 닿는다면 보리스 리야토신스키(1895~1968) 같은 우크라이나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한국에서도 지휘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출신 작곡가이자 지휘자 이반 카라비츠(1945~2002)의 아들인 키릴은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작품들을 모두 폭넓게 지휘하고 있다.

카라비츠는 한국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김선욱(34)의 '절친'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방한 당시 서울시향 공연을 통해서 지휘자와 협연자로 처음 만난 이후 카라비츠는 자신의 악단인 본머스 심포니에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김선욱을 초대했다. 김선욱이 유럽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곳 역시 본머스였다. 띠동갑인 카라비츠와 김선욱은 '음악적 동반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김선욱은 카라비츠에 대해서 "음악 안에서 불(뜨거운 열정)과 얼음(차가운 이성)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지휘자"라며 "음악을 해석하는 방식도 닮았기 때문에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동료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카라비츠와 김선욱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4번으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11월 5일과 8일 서울 예술의전당, 10일 대구콘서트하우스, 11일 아트센터인천으로 이어진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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