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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천국의 깃발 아래'

독실한 모르몬교(공식 명칭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가정의 아름다운 아내과 어린 딸이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겉으론 평화로워 보였던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밸리의 작은 마을, 오래전부터 드리워져 있던 검은 그림자가 마침내 요동치기 시작한다.

수사에 착수하는 형사 '젭 파이어'(앤드루 가필드)도 독실한 모르몬교인. 사건의 실체를 파고들수록, 종교적 정결함과 동전의 양면처럼 밀착된 광신(狂信)의 굴레, 질기게 엮인 비극적 역사가 뒤엉킨 채 모습을 드러낸다. 파이어 형사의 신앙도 그의 존재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흔들린다.

옥석을 가리기 힘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의 홍수에서 드물게 건져올리는 보석 같은 드라마. 주변부의 사소한 단서들로부터 중심부의 진실로 접근해가는 이야기의 촘촘함이 소용돌이치는 급류처럼 강력한 원심력을 발휘한다.

앤드루 가필드는 엔도 슈샤쿠 원작 영화 '사일런스'에서 젊은 배교자 신부, '핵소 고지'에선 집총 거부 의무병으로 참전한 2차 대전 전장에서 맨몸으로 75명의 전우를 구해낸 젊은 병사였다. 세상에 가득한 고통, 신의 존재와 정의의 문제를 파고들 때 이 배우는 가장 반짝인다. 부족과 모르몬교 사이의 원한을 기억하는 아메리카 원주민 형사 '빌' 역의 길 버밍햄, 사랑과 신앙을 위해 솔트레이크시티로 왔다가 희생자가 된 '브렌다' 역의 데이지 에드거 존스 등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클래식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

오스트리아 린츠는 작곡가 브루크너(1824~1896)의 고향. 작곡가의 이름을 딴 악단이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다. 전임 지휘자인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 재임 시절(2002~2017) 필립 글래스의 교향곡 8번 등을 세계 초연하면서 진취적 면모를 보였다. 이 악단이 현재 수석 지휘자인 마르쿠스 포슈너〈사진〉와 함께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26일 예술의전당에서 브루크너 교항곡 5번을 연주하고,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협연 조재혁)과 교향곡 7번 등을 들려준다.

다큐 '죽어도 자이언츠'

'실업 야구 시절을 포함하면 KBO 리그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유일한 팀.' 하지만 동시에 '최하위 횟수(9회)는 리그 역대 최다 기록'인 팀. 27일 개봉하는 '죽어도 자이언츠'는 롯데 자이언츠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투수 최동원의 4승으로 우승한 1984년과 박동희·염종석의 호투에 힘입은 1992년의 영광을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은퇴한 올 시즌과 대비한다. 구성 방식은 다소 어수선하지만, 강병철 감독과 김용희·염종석 선수의 현재 모습을 보는 반가움이 무엇보다 크다.

연극 '겹괴기담'

1970년대 초연한 미국 실험극의 거장 마이클 커비의 작품을 김우옥(88)이 연출했다. 정밀하게 꾸며놓은 무서운 이야기 두 겹이 교차되면서 굴러간다. 한 이야기는 자동차가 고장 난 주인공을 귀도 먹고 말도 못하는 조력자가 저택으로 데려가는데 휠체어에 탄 노파(적대자)를 만난다. 다른 한 이야기는 눈먼 조력자가 기차에서 내린 주인공을 요양원으로 안내하는데 성미가 고약한 원장(적대자)을 만난다. 이 구조가 만든 경험과 기대에 따라 독특한 관극 체험을 할 수 있다. 11월 6일까지 한남동 더줌아트센터.

가무극 '금란방'

서울예술단이 이머시브 공연으로 홍보하는데 정말 그렇다. 로비에서부터 상황극이 펼쳐진다. 공연 시작 전에 관객이 자발적으로 무대에 올라가 춤출 만큼 흥이 좋다. 이야기를 금지한 왕이 신통한 전기수를 찾으라는 어명을 내리면서 출발하는 이야기. "정신 줄 내려놓을 준비 되었소?"라며 배우들이 관객을 별천지로 데려간다. 술과 장옷과 엽전으로 참여해야 새로운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관객에게 공감과 용기를 요구한다. 노래가 아쉽다. 김건혜·하은서 등 출연. 11월 13일까지 정동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