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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만나… 내각 구성에 착수

영국 최초의 비(非)백인, 인도계 총리인 리시 수낙(42) 보수당 대표가 25일(현지 시각) 찰스 3세 국왕의 재가를 받아 총리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수낙 총리는 이날 오전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를 만나 총리직 수행과 내각 구성을 요청받았다. 그는 찰스 3세가 임명한 첫 번째 총리다. 수낙 총리는 이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관저에서 취임 연설을 통해 "(감세를 통한 성장이라는) 전임 내각의 목표는 틀리지 않았지만, 실수가 있었다"며 "경제 안정을 새 정부의 핵심 의제로 두겠다"고 강조했다.

수낙 총리는 전날 보수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당대표직 수락 연설을 하며 단합을 촉구했다. 그는 "새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결하고, 그 어느 때보다 뭉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에겐 잘못을 바로잡을 단 한 번의 기회만 남았다"며 "지금 실행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TV와 인터넷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후대를 위해 더 풍요로운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며 당면한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성실함과 겸손으로 섬길 것을 맹세한다"고도 했다.

이날 영국 역사상 최단기인 50일간 재임을 마치고 물러난 리즈 트러스 총리는 수낙 장관을 향해 "당대표 및 총리 취임을 축하한다"며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모든 일에 성공을 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보리스 존슨, 테리사 메이 전 총리처럼 의정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수일 내 수낙 총리와 통화할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이 강력한 동맹이며, 오랜 우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전문가인 수낙 총리의 취임에 영국 금융시장은 일제히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만기 10년 국채 금리가 연 3.7%대로 0.3%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파운드화 가치는 1%가량 상승한 파운드당 1.13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24일 0.6% 오른 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인도계 이민 사회는 사상 첫 인도계 총리 탄생에 들뜬 반응을 보였다. 특히 힌두교 명절인 '디왈리' 기간에 수낙 총리 선출 소식이 전해지며 축제 분위기가 더 달아올랐다. 더 타임스의 인도계 칼럼니스트 사트남 상게라는 "인종차별로 얼룩졌던 영국 사회의 또 다른 벽(금기) 하나가 깨졌다"고 했다. 영국 인구에서 인도계의 비율은 3%에 육박하며, 런던에선 약 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에서도 '수낙 열풍'이 불었다. 인도를 200년간 지배한 종주국 영국을 인도계 총리가 이끌게 된 것을 '국력 역전'이라며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인도 최대 힌디어 일간지 다이니크 바스카르는 "수낙이 인도의 모욕을 복수했다"고 보도했고, 뉴스 채널 NDTV는 "인도의 아들이 제국을 정복했다"고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수낙 총리가 인도와 영국을 잇는 살아있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고자 : 런던=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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