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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교감하던 이른둥이 아기들… 건강히 자라 인사 오니 감회 남달라＂

평생 환자를 진료하면서 한 번도 자신의 환자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의사가 환자 이야기를 펴냈다. 73세 노(老) 소아과 의사가 전하는 이른둥이 얘기다.

이철<사진> 하나로의료재단 명예원장은 신생아와 이른둥이를 돌보는 의사로 살아오며 느낀 생명의 소중함을 담아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출판사 예미)를 펴냈다. 이른둥이는 미숙아를 뜻하는 우리말로, 통상적인 임신 주수 40주 이전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말한다. 연세대 의료원장을 지낸 이철 원장은 우리나라 1세대 신생아학 소아과 교수다.

이 원장은 "엄마 자궁 안에서 숨을 쉴 일도 없이 있다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숨을 쉰다는 것 자체가 신묘한 기적"이라며 "세상에 태어난 한 생명이라도 잃지 않고 살려야 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우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신생아 진료 의사들은 환자와 말을 할 수 없어 수의사 같다고 말한다"며 "인큐베이터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꼼지락거리는 손바닥만 한 아기들과 말 없는 교감을 나눈다"고 이 원장은 전했다.

정년 퇴임한 이 원장에게 어느 날 20대 여성이 찾아왔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여성은 종이 한 장을 이 원장에게 내놓았다. 20년 전 세브란스병원서 발행한 신생아실 퇴원 요약지였다. 이 원장이 출생 체중 1.3㎏ 미숙아로 태어난 이 여성의 주치의였고, 여성은 건강하게 잘 자라서 감사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이 원장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환자'와 대화를 나눴다.

이 원장은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과학자 아인슈타인 등 미숙아로 태어난 이들 중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다"며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온 아기들은 살려내면 모두 건강한 사회 일원이 되니 신생아 의료 인프라를 키우는 데 국가적인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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