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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10년… 조성 주도한 전범권 등산·트레킹지원센터 이사장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전범권 한국 등산·트레킹 지원센터 이사장은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세계적인 도보길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26일은 그가 주도하고 실무를 진행해 만든 지리산둘레길이 생긴 지 10주년 되는 날이다.

이날 지리산 자락 지방자치단체 대표들과 지리산둘레길 창안자들이 참석해 기념식도 가졌다. 전 이사장은 "지리산둘레길은 사람의 숨결을 느끼는 동시에 성찰과 순례를 할 수 있는 길이다"라며 "경상도와 전라도 5개 시군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가장 한국적인 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은 걷는 데 의미를 뒀지만 앞으로 10년은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를 되새기는 스토리텔링을 입혀 명품 길을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남부 국경 생장피에드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 여정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명품 K-Trail'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리산둘레길은 국립공원 1호 지리산국립공원을 감싸는 구례, 함양, 산청, 하동, 남원의 21개 구간(총 289.4㎞) 120여 개 마을을 잇는 길이다. 2012년 개통 이래 지난 9월 현재 599만명이 다녀가 6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난 2004년 '생명 평화' 운동을 하던 도법 스님(실상사)이 '농촌과 시골 마을 살리기 운동'을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전 이사장은 "당시 도법 스님이 북한 핵 문제와 이라크 전쟁으로 국내외 정세가 어수선한 데다 시골 마을 청년들이 하나둘 떠나 마을이 피폐화하자 지리산 자락 마을을 길로 연결하는 공동체 구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산림청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전 이사장은 산림 전문가다. 2007년 북한산림복구계획 총괄 책임자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산림청 산하 조직으로 전국의 숲길 관리 보전, 국립등산학교와 국립산악방문관을 운영하는 등산·트레킹 지원센터 이사장에 취임했다.

전 이사장은 "지금은 매년 60만명이 방문하는 도보길로 발전했는데 그동안 둘레길을 사랑하고 아껴주신 분들의 노고가 컸다"고 공을 돌렸다. 전 이사장은 "둘레길은 마을 주민들이 방문객들과 서로 부담 없이 정감을 나누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웃과 정을 나누는 길"이라며 종교적 의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달리 종교를 초월해 사람과 마을을 잇는 인간적인 교감의 길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리산둘레길은 한국의 첫 둘레길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지난해 5월 대관령숲길, DMZ펀치볼둘레길, 백두대간트레일과 함께 산림청으로부터 우리나라 최초 국가숲길로 지정됐다"고 했다.

그는 "K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듯이 지리산둘레길도 히말라야나 뉴질랜드 밀퍼드, 로키산맥 트레킹 못지않은 트레일러들의 성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고자 : 남원=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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