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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그룹이 올 들어 9월까지 이자 수익으로 번 돈이 29조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은행들이 잘했거나 생산성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리면서 기업 대출이 전년 대비 10%나 늘어난 것도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반면 1800조원대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개인들은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폭증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200여 조원의 빚을 새로 내며 버틴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1년 연장 조치로 겨우 파산 위기를 면하기도 했다. 금융 불안으로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들이 모두 고통받고 있는데 은행만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은행원들은 지난달 임금을 더 올려 달라고 서울 도심에서 총파업을 벌였다. 이후 노사 교섭에서 금융노조는 총액 기준 3% 임금 인상을 얻어냈고. 점포 폐쇄 중단과 적정 인력 유지 등의 다른 요구 사항도 협의를 계속 진행키로 하는 등 '철밥통 지키기'에 성공했다.

우리 은행들은 1998년 외환 위기 때 국민과 국가에 큰 신세를 졌다. 무분별한 기업 대출로 대다수 은행이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168조원의 공적 자금 투입 덕에 기사 회생했다. 이런 역사를 감안하면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고통 분담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출이자 감면 등 취약 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지만, 지원 대상과 지원 폭이 미미해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스페인·헝가리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주택 대출 이자를 일정 수준 이상 못 올리게 강제하는 정책까지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우리도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가계·기업들에 대한 대출 금리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과도한 이익 추구는 자제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 이것이 은행들이 외환 위기 때 사회에 진 큰 빚을 갚는 길이다.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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