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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연기금과 간담회 ＂환매 자제해달라＂ 요청

살얼음판을 걷던 자금 시장이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27일 강원도가 레고랜드 보증 채무를 올해 안에 갚겠다고 선언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갈림길에 섰던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7000억원 조달에 성공한 게 분기점이 됐다.

28일에는 한국전력이 총 4100억원 규모 공사채를 6% 턱밑인 5.90~5.99% 금리에 가까스로 발행했다. 초우량 등급인 한전채마저 6%대 금리를 찍는다면 아래 등급 회사채 등의 조달 사정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엄두도 못 내는 회사가 아직 더 많은 데다, 채권평가사들이 책정한 평균금리(민평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서야 겨우 채권 발행에 성공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1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 수요를 타진한 교보증권이 이 경우다. 총 3660억원의 주문을 받았는데, 제시한 금리는 민평금리보다 최고 1.3%포인트 높은 6% 중반 수준이다.

정부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주택 가격 6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 채권 시장의 돈줄을 마르게 만들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목표한 대출 규모는 25조원. 재원 조달을 위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면 가뜩이나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또 다른 자금 블랙홀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전 5.99%·둔촌주공 12%에 자금 모집

둔촌주공 PF의 차환 발행 금리는 최고 12% 수준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3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3개월 뒤인 1월 19일에 만기가 돌아온다. 정부가 가동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일부 물량을 사주고, 발행 주관사인 KB증권이 기존 투자액 1220억원을 재투자했다.

한전채 발행 금리도 가까스로 5%대에 묶어뒀지만, 6%를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실제 6.5~7.0% 금리에 사겠다는 투자자가 있었다. 한전 측은 "연료 구입비가 급격히 올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 방침에 따라 차차 채권 발행 대신 은행 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기업들이 은행에서 수월하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데 이어, 보험사의 유동성 자산 범위도 확대해주기로 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들과 만나 보험사의 유동성 자산 인정 범위에 만기 3개월 이상 채권 등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도 포함해주기로 했다. 현재는 만기 3개월 이하 자산만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어, 지금처럼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유동성 마련에 어려움이 컸다.

◇연기금 등에 "환매 자제" 요청

시장에서는 정부의 '50조원+알파' 대책을 시작으로 한국은행의 6조원 규모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각종 유동성 공급 조치가 효과를 내려면 2주가량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RP 매입 등은 모두 3개월 한시 조치여서, 연말까지 겨우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

28일 회사채(무보증 3년물·AA-) 금리는 일주일 새 0.249%포인트 떨어진 5.487%로 소폭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단기 시장 바로미터인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는 연일 올라 4.59%를 기록,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신 연구원은 "CP 금리가 안정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이고, 기관투자자들의 북 클로징(장부 마감) 때문에 투자가 줄어드는 연말이 가까워지면 또 한 차례 자금 시장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는 27일 국민연금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기관투자자들과 농협은행, 삼성생명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과도한 추종 매매나 평소 이상의 대규모 환매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표] 일주일 새 나온 유동성 공급 대책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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