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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인천공항공사 등 최우량 신용 등급 공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는 자금 대란 와중에 27일 열린 대통령 주재 비상 경제 민생 회의는 정부의 위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일으켰다. 경제부총리는 긴급 현안인 채권 시장 대란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도 않고 수출 활성화 대책만 말했고, 금융시장을 관장하는 금융위원장도 주택 대출 규제 완화 방안만 집중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금 대란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회의 내내 소셜네트워크에서는 "레고랜드 사태는 왜 언급이 없느냐"는 등의 댓글이 넘쳐났다. 당연히 금융·채권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 관계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시장과 소통하는 데 실패한 이벤트였다.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은 금융시장 안정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선언이 기름을 끼얹어 시장이 마비 상태가 됐다. 하지만 정부의 상황 인식은 안일했고, 대응도 너무 늦었다. 기업들 아우성이 빗발치자 정부는 뒤늦게 50조원 규모의 채권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국면이다. 정부는 뒤늦게 연일 대책 회의를 열고 한국은행 RP 6조원 매입, 채권안정펀드 3조원 추가 조성 등 정책 수단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태 초기에 신속, 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신속한 대응 체제를 구축해 해외 언론들에 모범 사례로 꼽혔다. 청와대 '지하 벙커 회의'를 매일같이 열고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이 모여 해법을 내놨다. 기획재정부, 금융위, 한국은행 등의 관계 부처 사이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정책 수단도 달라 정책 공조가 쉽지 않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통 정리를 하면 전방위 종합 대책을 더 신속하게 내놓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지금 상황은 2008년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돈맥 경화'가 심해져 현대차가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 증설을 보류하는 등 대기업들마저 일제히 긴축 경영에 들어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건설 업계에선 연쇄 도산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면 정상 기업도 '흑자 도산'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각 부처·기관들로 쪼개진 정책 수단을 통합하고 시장 상황에 신속 대응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비상 대응 시스템을 당장 가동해야 한다.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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